트랜스포머를 극장에서 보면서 나는 절망감과 좌절, 슬픔과 아쉬움을 느꼈다.
왜냐하면,
"아직 우리나라 영화는 한참 멀었구나 ..."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나라 영화가 한참 멀었다는 말은 작품성? 아니다. 재미? 그것도 아니다.
작품성으로 따지면, 올 해만 해도 (개인적으로) 최고의 작품이었던 밀양.
그리고, 재미면으로 따지면,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괴물이 트랜스포머보다 더 재밌었다.
그러나, 트랜스포머를 보고 좌절한 것은 ......
"스토리와 캐릭터에 아무런 신경을 안써도 관객을 2시간 10분동안 스크린을 볼 수 있게 하는 마력" 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올드보이와 살인의 추억, 괴물, 타짜 같은 영화들이 재밌었던 것은 "영화적인 재미"를 맘껏 표현하였고, 또 영화가 관객에게 항상 질문을 던지면서 관객스스로 영화를 해석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 이유였고, 그리고 이것이 한국영화가 추구했던 "재미"였다.
그런데, 트랜스포머는 그런 걸 신경쓰지 않는다.
영화적 재미? "영화적"이라고 표현 할 만한 재미는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영화적"이라는 말은, 연출, 편집, 미술, 음악등의 요소입니다.)
영화를 해석하는 것?
애초부터, 이 영화는 관객에게 "머리를 쓰도록"요구하는 장면은 단 하나도 없다.
그저, 눈을 뜨고 스크린만 보면 되는 것이다.
눈을 뜨고 스크린만 보면 알아서 관객들은 "재미"를 느끼게 된다. 이것이 마이클 베이 감독의 위대한 능력이다. 캡틴 베이는 관객에게 "그냥 눈만 뜨고 있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눈만 뜨고 있으면" 재밌다. 아니, 경이롭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CG는 그야말로 경이롭다. 예전에 투모로우와 스타워즈, 반지의제왕의 CG를 보고 극장에서 "우와"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감탄이 안나온다. 아니, 감탄이 나올 겨를도 없다. 1프레임을 만드는 데 36시간을 투자할 만큼 정교한 CG는 정말 "꿈의 영상"이다.(1프레임은 1/32초입니다.)
(CG로 승부를 보겠다는 디워의 감독 "심형래"감독이 이 영화를 보면서 한탄할 지도 모르겠다. )
이 영화의 경이로운 로봇 변신장면과 마지막에 도시를 날려버리는 전투씬 하나로 이 영화는 놀랍다. 정말로 놀랍다. 시가지 전투씬에서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거대한 로봇들의 싸움에 인간은 그저 미미한 존재처럼 보인다. 뭐, 심리적으로 인간의 미약함을 보여준 영화는 많이 있지만, 이 영화는 심리적? 그런 거 없다. 그냥 무지막지한 로봇 액션으로 인간을 미약한 동물로 만들어 버린다.
물론, 이 영화에도 단점은 있다.
이 영화의 주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로봇들이, 서로의 캐릭터를 잘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에 관객들은 무슨 로봇이 뭐하는 로봇인지 파악도 하지 못한 채 마지막 액션씬을 감상한다. 그리고, 서론과 결론을 각각 나레이션과 짤막한 영상으로 대체하고, 2시간 10분간의 러닝타임 중에 약 2시간을 본론에 투자하여, 영화의 균형이 붕괴되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그런 거 다 소용없다. 그런 스토리와 캐릭터의 단점을 눈치채기 전에 영화는 그 단점 이상의 경이로운 화면빨과 액션을 보여준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화면빨과 액션은 단점들을 사라지게 만든다.
내가 저번에 평을 썼던 밀양이 "영화의 기적을 보여준 작품"이라면,
트랜스포머는 "관객을 압도하는 기적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그렇다. 이 영화는 "기적"인 것이다.
물론, 나는 이 영화보다 "더 락"이 더 좋다.
그러나, 결국 후대에 이름을 날릴 영화는 "더 락"이 아니라 "트랜스포머"가 될 것이다.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도로에 있던 자동차들이 변신 할 것 같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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