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리 이야기 MyBeautiful Girl, Mary>는 2002년초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의 선두 주자이다. 완성도 있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에니메이션의 구현, 아름다운 이야기를 표방하는 이 에니메이션은 한국 에니메이션의 발전 가능성과 흥행성에 도전하는 중요한 이정표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유명 배우들이 성우로 출연하는 캐스팅등 많은 화제거리를 가지고 있다.
이 에니메이션, 아니 만화영화 <마리 이야기>는 아름다운 화면,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실과 환상속을 넘나들면 전개되는 이야기는 실사영화와 비슷한 수준의 주제를 드러내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잘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런 반면에 약간은 평범한, 극적 전개가 부족한 평이한 이야기 전개방식과 토토로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등의 영향을 받았음을 한눈에 보여주는 캐릭터라는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마리 이야기는 어촌에서 살고 있는 한 소년 남우의 환상속, 혹은 현실에서, 아니 그 둘사이를 오가며 만나는 신비스런 소녀 마리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남우의 친구 준호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먼저, 이 에니메이션 이해의 핵심은 이 작품 <마리 이야기>자체를 에니메이션으로 봐야한다는 기본 자세에서 출발한다. 에니메이션을 에니메이션으로 보지 그럼 뭘로 보냐고?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아닌 일인것 같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마리 이야기는 어느 어촌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 어촌이라는 현실이 환상의 공간으로 직접 전화되어 화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마리 이야기의 사실과 환상의 전환은 약간은 뜻밖의 방법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로 "물"이라는 소재를 매개로 이어지지만, 그 외에도 구슬, 잔디밭(아니면 등대)등도 이용된다. 즉, 현실속의 소년 남우에게는 환상속의 소녀 마리를 만나게 되는것이 이 에니메이션의 줄거리이지만, 그들이 만나는 신비스런 장소, 즉 환상의 장소는 실제로는 남우가 살고있는 어촌마을인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특별한 장치나 도구 혹은 마법없이 마리가 원할때, 혹은 남우가 원할때 서로의 세계로 서로를 이끌어 들이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이해없이 이 에니메이션을 본다면, 갑작스럽게 환상과 현실 사이의 교차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린 동심이 어떤것인지를 말하는 영화의 주제를 놓치게 될 위험성이 크다고 본다.
남우의 설정을 보자. 친구라고는 준호외에는 없는 어촌의 가난한 집 아이다. 아버지는 어부였는데 사고로 돌아가셨고, 엄마와 할머니랑 산다. 집의 생계는 허름한 횟집을 운영해서 이어가고. 또 이웃집의 경민아저씨는 엄마를 짝사랑하는것 같다. 남우는 혼자 공상하기를 좋아하며 준호와 함께 바다속에서 잠수하고 폐허가 다된 등대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남우의 유일한 친구였던 준호가 서울로 전학을 간다. 잘 사는 선장아들인 준호는 공부때문에 서울로 가는것 같다. 준호가 떠나고나면 남우에게 남는것은 떠돌이 고양이였던 요만 남을 뿐이다. 공상을 좋아하는 아이. 친구가 멀리 떠나가기로 된 아이. 놀이터였던 등대가 헐리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아이 남우.
그에게 마리가 다가온것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 그런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에 살면서,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아름다운 소녀 마리. 그 소녀는 자신이 원하지 않았어도 남우의 공상속에서 만들어진 존재이며 그리고 남우를 자신의 환상의 세계로 불러준다. 말 한마디 해보지 못했지만, 아름다운 구름이 자라고, 커다란 환상의 개 <몽>이 있는, 그리고 장난꾸러기 물고기 새도 있는 그런 세계는 남우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남우가 만들어낸 것임을 영화를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장면은, 단 하나의 장면도 놓치지 말아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둘도없는 친구 남우와 준호에게 어느날 시련이 닥친다. 마을의 등대는 기능을 못하는데, 고기잡으러 나갔던 준호 아버지가 선장으로 있으면서 경민아저씨가 타고있는 배가 태풍을 만난다. 커다란 해일이 일어나고 그 배를 삼키는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 마리의 힘으로. 마리는 남우의 간절한 소망을 받아들여 자신이 사랑하는 소년의 소원을 들어준다. 그러나 그 환상의 세계와 현실을 이어주던 끈은 그 소원을 들어줌으로써 끝이나고 마리는 커다란 개 <몽>을 타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간다.
줄거리를 다 이야기 해버렸지만, 사실 영화를 보는데는 상관이 없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어느날 남우의 가방에서 뛰쳐나온 환상의 세계의 물고기 새를 잡기 위해 마리가 현실속으로 나오는것이라는 것을 먼저 밝혀둔다. 즉, 처음으로 남우와 마리가 만나는 것은 마리가 환상의 세계를 뛰쳐나간 장난꾸러기 물고기 새를 찾기위해 나온 것이라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면 영화 감상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이야기 구조를 가진 마리 이야기의 화면은 정말 서정성, 그 자체라고 봐도 좋을듯 싶다. 실사 영화의 롱샷에 해당하는 아름다운 어촌의 배경화면을 바탕으로 화면 아래쪽에 거의 점만하게 나오는 두 소년 남우와 준호의 모습등이 보여주는 서정적인 화면이 주는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 에니메이션의 화면은 <와니와 준하>에서의 수채화같은 에니메이션도, <토토로>등의 재패니메이션의 색과는 다른 또다른 수채화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특유의 감각을 살리는데 성공한 것 같다. 이것은 이런 화면을 처음 대하는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낼지 모르겠지만, 우리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낸것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화면은 다음번의 에니메이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이 에니메이션의 기술적 성과의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 이 마리이야기에서 놓칠수 없는 것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영화 음악이다. 이병우, 유희열, 성시경이 함께 참여한 이 영화의 OST에는 이병우 음악감독 특유의 서정성이 넘치는 15인조 현악기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너무 아름답기만 하기에 오히려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귓가에 잔잔하게 울려퍼져, 음악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잘 알수 없을 만큼 영화와 완벽하게 조화된 음악의 미학. 영화에서 느낄수 있는 음악적 미학의 최고봉을 이 영화에서 감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의 완성! 그것은 바로 시나리오이다. 늘 한국 영화의 약점으로 지적되어왔던 시나리오의 문제는 이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군더더기가 있어 눈에 거슬리는 것도 없고, 간결한 이야기속에서 확실한 전개를 보여주면서 논란의 거리를 없애면서도 현실과 환상속의 교차를 통한 많은 부분을 관객의 해석여부로 돌려놓은 점까지도 아주 좋은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도 단점은 있다. 과연 그러한 단점을 어떻게 관객들이 받아들일 것인지가 이 영화 성공과 평가에 대한 잣대가 될 수 있을것 같다.
먼저 가장 불만인것이 음성을 녹음한 배우들의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한다. 목소리와 등장인물의 이미지가 맞지 않는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경민 아저씨역의 안성기씨다. 전형적인 시골 어촌의 어부아저씨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경민아저씨의 얼굴에 가늘고 톤이 높아 전형적인 도시인의 목소리같은 안성기씨의 목소리는 두고두고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셨고 이미 리뷰가 나간 모 일간지에도 우회적으로 돌려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두번째, 이점은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것 같은데, 바로 캐릭터의 문제이다. 이 부분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는데, 하나는 캐릭터 성격 설정의 불분명함이고 다른 하나는 "베끼기"이다.
먼저 이 에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성격 설정이다. 가장 불만인것이 바로 주이공들의 성격 부재(不在)이다. 남우와 준호의 성격이 별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 없다. 친구가 없는 남우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친구 숙이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준호의 성격은 그 이상의 구별점도 없이 거의 동일인물과 같은 느낌이 날 정도밖에 되질 못한다. 또 메인 이야기가 아닌 잠시 스쳐가는 이야기로 나오지만 경민 아저씨와 엄마와의 관계, 경민 아저씨와 남우의 관계는 그냥 잠간 스쳐지나가는 이야기로 다루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것들로 인해 더욱 뚜렷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는다.
두번째, 꼭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최대의 단점, 캐릭터들의 "베끼기"혹은 영향이다.
일본 에니메이션을 본 분들이라면 다음과 같은 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커다란 개 <몽>을 보면서 <토토로>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고, 마리와 남우가 처음으로 만났던 환상의 장소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나오는 숲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그것이 나만의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사실 물고기 새도 재패니메이션에서 영향을 받은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일본의 에이메이션의 영향에서 벗어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임을 안다. 또한 환상속의 공간이다 보니 그것을 표현해내는데 어느정도의 영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몽"이라든가 숲의 장면은 너무나 닮았다는 것이 불만이다. 그래도 많이 바꾸려고 노력을 했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지만...이 캐릭터는 두고두고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특히 "몽"의 경우는 토토로와 같은 어떤 특징이 있는것이 아니라 반쯤 감긴 눈, 하품..이런걸로 특징지워지기에 향후 캐릭터 상품으로의 개발이 힘든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전개가 너무 잔잔하기만하다는 것이다. 역시 일본 에니메이션 토토로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야기 전개가 주가 된 토토로에 비해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마리이야기는 좀더 다양하고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역시 처음부터 일관된 톤으로 진행되는 마리이야기가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한계인 것 같다. 마지막에 극적 긴장감이 고조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평이한 톤은 약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에니메이션은 볼만한 가치가 있다.
아름다운 화면, 그 화면을 더욱 서정적으로 만드는 음악의 아름다움, 동심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뭐라 딱 한마디로 정의하기 보다는 그저 관객의 가슴 한구석에 어릴때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내용, 사랑의 모습들은 위에서 말한 그 어떤 단점들을 커버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에니메이션은 한국 에니메이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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