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다렸던 슈렉이었는데
녀석에게 배신당한 것같은 느낌은 대체 왜 일까.....
슈렉 보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무슨 애도 아니고...' 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슈렉은 분명 다른 애니들과는 차별되어진다고 생각했다
뭐, 재페니메이션의 깊이있는 애니들이 많다는 건 알지만
지금 일반 대중들에게 흥행한 애니들에서 슈렉은 확연히 다르다
동화가 아닌 현실을 유머로 잘 버무려놓았고
패러디의 묘미도 어떤 영화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의 시큰둥한 반응에도 당당히 어깨를 펴고
슈렉은 달라를 외치며 극장을 찾았다
무수한 꼬마녀석들의 입장..........
두려웠다
예전 '이웃집 토토로'를 유치원 단체 관람에 섞여봤던 악몽같은 기억이 있었기에
나는 한없이 두려워하며 제발 적당히 해주기만을 기도하며 영화의 시작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엉뚱한 곳에서 현실로 일어났다
아이들은 한없이 조용했고 키득거리는 소음하나 내지 않았다
나중엔 차라리 웃어주었으면 하는 간절함마저 들었다
왜냐하면 난........ 잠이왔다
지루함에 온몸이 뒤틀리고 몰아치는 잠을 이기지 못해 연신 하품을 해야했다
슈렉인데.......... 내가 사랑하는 초록괴물 슈렉인데.........
수다쟁이 동키도 있고 귀염둥이 고양이도 있는데......... 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웃은 것은 딱 한번이었던거 같고
아이들이 많았음에도 단체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없었다
실망감...........
뭐, 물론 자막이다보니 아이들이 읽기가 힘들어서 그랬을런지는 모르겠으나
토토로의 경우 자막이었음에도 그 많은 녀석들이 나중엔 노래까지 따라 불렀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최악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은
지금 내가 임신한 예비 부모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임신했다는 아내의 말에 당황하고 아이 키울 고민에 악몽을 꾸는 슈렉은
남의 모습이 아닌 나의 모습이었다
나는 부른 배를 감싸고 아이가 느끼지 못하게 고민한다
녀석이 나와서 밤낮이 바껴 울어재끼면 어쩔까
내가 좋아하는 영화도 못 보러 다니고
다니고 싶은 곳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제대로 못 만나는데 어쩌면 좋을까
그리고 난 이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애만 키워야할까............
서글픔과 두려움 사이에 놓인 것은 애니 속 슈렉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아더를 만나 어른으로 성장하고 부모가 되어가는 슈렉의 모습이
조만간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그래서 어른들이 애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고 하셨나보다...
하지만 슈렉!!!
자넨 웃음의 괴물이 아닌가........
이번엔 자네에게 분명 실망했네.
부모가 되는 두려움은 다른 곳에서 말하게 하고
자넨 그 두려움마저도 희극적으로 상콤하게 바꿔주길 바라는 것이 나의 욕심이네 그려.
만약 4편이 나온다면......... 더 잘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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