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6세대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중국 정부가 5세대를 탄압할 때처럼 아주 껄끄럽게 여기지만 세계적인 명성 때문에 함부로 하지 못하는 지아장커 감독은 이 영화로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황금사자상을 받았습니다. 영화주간지 평점에서 이렇게 많은 평론가들이 별 다섯 개 만점을 준 영화는 처음 봤습니다.
옛날에는 예술적이거나 조금 어려운 영화를 접하면 관객들이 이것 저것 찾아 뒤지면서 알아보고 도대체 뭔지 이해라도 해보자 하는 노력을 했었는데 요즘 관객들은 그냥 "쳇!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하고 무시한다는 영화계 인사의 푸념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 영화는 전국에서 딱 한군데 스크린, 시네큐브 광화문에서만 개봉합니다.
영화의 무대는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인 산샤댐으로 수몰을 앞둔 지역입니다. 한 남자가 수십년 만에 아내와 딸을 찾아 이곳에 도착하는데 배에서 내리자마자 인민폐를 미국 달러화로 둔갑시키는 공연에 억지로 끌려가 관람료를 뜯기고 이윽고 어디든 다 데려다준다는 오토바이 뒤에 올라타는데 목적지는 이미 물에 잠겼고 아내 소식은 알 수 없습니다. 탄광에서 오래 일했던 이 남자는 결국 그곳에서도 철거현장 막노동으로 생계를 연명하며 아내를 찾는 노력을 계속합니다.
다른 한 여자는 남편을 찾아 왔습니다. 가동을 멈춘 공장을 찾아가니 남편은 다른 곳으로 갔고 남편이 쓰던 사물함에는 자신이 선물했던 차가 몇 년째 그대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다행스럽게 남편은 중국에 밀려드는 자본의 물결 윗부분에 올라타 그럴듯한 지위에 돈도 많이 버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과의 만남을 계속 피하는 것 같고 이 여자는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음을 여자의 직감으로 눈치챕니다.
수천년 지속된 산샤댐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유적지,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사람들과 건물들이 개발 논리에 허물어지는 속에 가족을 찾으려는 남자와 남편을 찾으려는 여자가 각각 만나는 사람들, 고단한 생활, 아수라장 속에서도 인연의 끈을 이어나가고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려는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들...가끔씩 나타나는 환타지적인 장면은 유려한 오프닝과 다소 놀라운 엔딩 장면과 어우러지며 기묘한 매력의 세계로 이끕니다.
지아장커 감독은 인터뷰에서 "전에는 사회적인 관계, 사회 안의 관계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역사의 변화 앞에 놓인 그런데 그 앞에서 그래도 살아야하는 사람의 문제를 다루어야 했다." 말합니다. 식견도 없고 그릇도 작은 제가 이 영화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지방에 계신 분들에게는 무책임하고 무례한 말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수십명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보면서도 무덤덤한 마음이 이 영화 속에서 영웅본색을 좋아하던 쾌활한 청년의 죽음(이 죽음도 직접적으로 보여지지는 않습니다.)에 가슴이 미어지는 체험을 직접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