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아름답고 순수했던 그 때로의 여행과 화해...
1인 2역 연기로 2004년도 각종 연기상을 휩쓸며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을 받았던 영화로 전도연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고, 따라서 현재 그러한 견해를 깨고 한계를 극복한 <밀양>에서의 연기가 더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
그저 착하기만 한 아버지는 빚보증을 잘못서 딸의 대학등록금마저 날리고, 대신 생계를 짋어진 대중탕 때밀이인 우악스런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언제나 몰아붙인다. 이를 바라보는 딸 나영(전도연)은 무능하고 착한 아버지도 밉지만 그런 아버지를 구박하는 어머니도 싫다. 나영은 어머니와 닮았다는 애인의 말에도 화를 낼 정도로 가족과 자신이 연결되는 것 자체를 기피한다. 집에 있을 때조차도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음악을 들으며 마치 섬처럼 부유하는 그녀.
나영의 현재 유일한 소망은 직장 연수 겸 떠나는 뉴질랜드 여행. (대체 김부선을 직장 동료로 캐스팅한 이유는 대체 뭐냐? 별 의미도 없든데) 그러나 여행을 바로 목전에 두고 아버지는 가출하고 이미 아버지의 병이 깊었음을 알게 된 나영은 어머니에게 말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뉴질랜드 행을 포기하고 아버지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섬 하리를 찾는다. 그 오래 전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났던 하리에 도착한 나영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우체부가 지나가는 순간, 시간이 뒤틀려 과거로 와 있음을 알게 된다.
과거로 돌아간 나영은 이 곳에서 잘생긴 우체부 진국(박해일)과 우악스럽지만 진국 앞에만 서면 다소곳해지는 해녀 연순(전도연)의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시작을 목격한다.
영화가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은 <타이타닉>처럼 당사자의 증언을 통하거나,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처럼 당사자의 과거 기록을 읽거나, 또는 <백 투 더 퓨처>의 경우처럼 아예 타임머신을 만들어서 가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또는 <천군>처럼 불가사의한 천재지변에 의해서도 과거로 가기도 한다. 그런데, <인어공주>의 과거 회귀는 뚜렷한 매개 없이 애매모호하게 과거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보통 현재의 인물이 과거로 가는 경우 <백 투 더 퓨터>의 마이클 J. 폭스와 같이 부모의 사랑에 개입하는 등의 특별한 임무(?)를 위해서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나영은 과거에서 특별한 역할이 없다. 그저 부모의 사랑이 시작되는 모습을 담담히 지켜볼 뿐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도중에 과거 장면은 나영이 하리로 가는 도중에 꾸는 꿈이고, 꿈에서 깨면서 실제 하리에 도착하게 되는 건 아닐까 했는데, 그것도 아니다. 대체 왜 나영을 굳이 과거로 보냈는지, 그저 짐작하자면 1인 2역이라는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으로 택하게 된 건 아닐까 한다.
어쨌거나 영화는 현재-과거-현재의 순으로 진행되는데, 앞뒤에 배치되어 있는 현재는 팍팍하고 현실적인 반면, 과거는 환상적이고 아름답고, 순수하고 일종의 판타지로 그려진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과거의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칫 영화는 팍팍한 현실보다는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과거가 더 좋았다는 식의 얘기로 받아 들여질 위험은 충분히 안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희망만이 가득할 것같은 과거를 벗어나 생활의 현장인 목욕탕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그런 염려를 불식시킨다.
<스파이더맨>의 커스틴 던스트를 일부 미국 언론에서는 '프롤레타리안-프리티 페이스'(Proletarian-pretty face)라고 지칭한다는데, 영화 <인어공주>에서 보여준 우체국 직원 복장의 전도연에게 오히려 더욱 적합한 용어가 아닐까 한다. 직원 유니폼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부르주아보다는(사실 프라하의 연인은 왠지 겉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생계를 짊어져야 하는 딸이나 노동하는 젊은 여성이 어울리는 배우 전도연. 한국 영화계에 참 드물고도 귀한 배우가 아닐까 한다. (다만 아무리 착하더라도 빚보증은 절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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