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마저 변화시키는 사랑??..
때는 조선 후기 정조. 유판서의 정실부인인 조씨(이미숙)의 집에 벼슬길을 마다하고 풍류나 즐기며 사는 사촌동생 조원(배용준)이 찾아온다. 첫사랑인 서로를 오래 전 포기해야 했던 두 사람은 이후 사랑을 냉소하며 비정한 호색가로 살아왔다. 조씨 부인은 아들을 얻기 위해 남편이 소실로 들이는 처녀 소옥(이소연)을 임신시켜달라고 조원에게 요구하지만, 조원의 목표는 열녀문까지 하사받은 정절녀 숙부인(전도연). 결국 숙부인을 함락시키면 조원에게 조씨가 몸을 허락한다는 거래가 성사된다. 숙부인이 출석하는 천주학 집회부터 치밀하게 공략해가는 조원. 소옥과 옆집 권도령(조현재)의 풋사랑이 사태에 뜻밖의 변수를 더하지만, 게임의 더 큰 반전은 숙부인의 진심을 바라보는 조원의 가슴속에서 싹튼다.
<스캔들>이나 <음란서생>은 유교라는 하나의 질서로 통치되던 조선시대에도 남녀의 질퍽한 사랑과 일탈은 존재했음을 말하고 있으며, 어쩌면 그것은 인간들이 모여사는 사회라면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음을 시사하는 듯 싶다. 사실 <스캔들>은 당시 배용준이라고 하는 한류 최고의 상품을 내세워 한국보다는 일본 공략에 치중하는 듯 보였고, 그럼에도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배용준과 영화 속 이미지의 불일치로 생각보다 흥행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걸로 알고 있다.
어쨌든 이 영화의 스토리는 그다지 새롭다거나 신선하지는 않다. 많은 현대 하이틴 로맨스 영화를 통해서 익숙해진 스토리, 그것의 조선시대적 변주가 바로 <스캔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부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일단 이러한 시도가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바람둥이마저 변화시키는 순수한 사랑'이라는 그다지 산뜻하지 않은 주제를 감싸고 있는 코미디적 힘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인다. 꽤나 간지러울 수도 있는 대사에 사대부적 느낌이 덧붙여지는 순간, 그 자체가 코미디가 되는 건 어쩌면 그 시대를 바라보는 가장 큰 풍자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고운 색채와 영상의 아름다움이다. 대체 누가 한국을 '백의민족'이라 지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화사한 색채의 한복을 보고 있노라면 명절 때만이 아니라 평상복으로도 착용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아름다운 자연풍경이야 두말할 나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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