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에 관한 패러다임의 인식을 깨고자 하는 발상이 돋보이는
스토리를 들고 나온 최성철 감독의 조폭코미디 영화이다. 무상파와
재일파의 경영난과 그에 따른 합병, 그리고 그 속에서 생기는 대량
실직사태와 구조조정으로 인한 코믹한 상황을 호텔리어로 변신하게
되는 조폭들의 이야기와 연결시킴으로써 나름대로 선이 굵직한
영화의 느낌을 살리고 있다. 무상파의 보스인 김무상(백일섭)이
벼락을 맞아 쓰러지는 설정을 비롯하여 돌발적으로 출현하는
타조에 의해 차가 전복되는 상황과 네이버 카페의 해결사(김뢰하)
의 다소 황당한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호텔에서의
빚을 돌려 받기 위해 호텔리어로 변신하는 무상파 넘버 2 이대행
(김석훈)을 비롯한 그의 부하 배달수(조상기), 재일파 소속의
성상배(조경훈), 장용상(장태성)의 조폭 진영과 마강호텔 사장
박민아(김성은)와 호텔리어인 이정은(박희진), 지배인인 오중건
(우현)과 요리사(나경빈)의 호텔 진영의 얽히고 섥히는 에피소드는
코믹한 설정으로 인한 상황들을 그려내면서도 조폭들의 인간미를
담아내고 있다. 현실적인 상황과 동떨어진 조폭들의 인간미어린
모습을 그려내는 영화로서 <비열한 거리> 에서 보여지는 냉엄한
현실적 조폭과 극과 극의 대비를 보인다. 가볍게 웃으면서 즐길수
있는 영화적 재미와 조폭의 선을 긋는 패러다임을 깨는 설정은
식상한 조폭소재 영화에 대한 새로운 탈출구를 제시하는 듯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적인 독이 되어 자신의 목덜미를 무는 격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조폭영화는 끝까지 조폭영화라는 느낌을 버릴수 없는
난투씬과 조폭의 말투와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 내려 분투한 영상미는
독특한 소재의 발상을 억누르고 식상한 조폭영화의 틀에 맞추어져
버렸다는 한계점을 드러낸다. 도화선에 불이 붙다 꺼져버린 다이너
마이트처럼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정도의 매력 포인트를 발견하기
힘든 영화이다. 코미디 배우인 박희진과 코믹한 연기자인 우현,
그리고 김뢰하의 이색적인 해결사 모습에도 불구하고 웃음가득한
영화로 충족시키기엔 다소 부족한 면이 많이 드러난다. 사상누각이란
말처럼 결국 뼈없는 겉으로 보여주기 위한 조폭코미디와 그속에
녹아드는 휴머니티와 다소 억지스러운 로맨스 전개는 신선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시도는 좋았지만 이제
조폭 소재의 영화보다는 다른 소재속에서도 얼마든지 녹아들수 있는
휴머니티를 엮어낼수 있는 영화로 모습을 드러냈으면 하는 바램이
남는 여운을 남기는 한국 조폭영화의 한계점의 한면을 드러내는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