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적인 GV는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다가온 의미를 설명해주었다. 난 노동석 감독의 첫번째 장편영화 <마이 제네레이션>을 보지않았다. 어디선가 "리얼리즘적인 한국 청년영화의 탄생을 알리는 등장"이라는 표현을 들었을때에도 큰 관심을 갖지않았다. 저예산 영화의 현실이다. 나같은 영화광(자칭)도 저예산영화라면 좋은 영화 건져보기 어려운게 현실이니까. 다행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보게 되어서. 내년에 개봉한다던데, 얼마나 많은 상영관에서 개봉할 수 있을까?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어렵고 버거운 삶 속에서도 "좋은 사람"되고자 하는 "꿈"을 꾸고, "어렴풋이 잘 보이지 않는 희망"을 품는 싶은 기수(김병석 분, 그는 "비전문배우라는 타이틀로 벌써 두 개의 훌륭한 영화에 출연했다!! 전문은 뭐고 비전문은 대체 뭔지. 누군가 그를 "노동석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표현한 것을 적극 공감한다.)와 종대(유아인 분)와 같은 청년들에게 "내일"은 무엇이어야 하냐고 묻는 것이다. 이미지보다 내러티브가 살아있으며, 너무도 사실처럼 느껴지며 다가온다.
드러머라는 꿈이 있지만 그 꿈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 기수. 그리고 항상 위협받아온 자신의 삶 속에서 오직 "진짜 총"만이 자신을 지켜줄 무언가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 종대. 어려서부터 둘의 삶은 온전하지 못했다. 영화 중반부까지 둘은 마치 친형제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처절하고 좌절뿐인 삶 속에서도 어렵게, 어렵게 희망을 찾으려고 몸부림치는 절규, 외침, 약속들... 그것이 중요하다.
시대는 청년들에게 "내일은 있다!"고 말해줄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너무도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영화의 내러티브가 자연스럽게 그것을 설명해준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자꾸만 다른 이로부터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약속을 받는 그 공허한 속삭임으로나마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싶지만, 꿈은 자꾸 멀어져간다. 이대로 비참하게 살 것만 같다는 불안감이 그들의 삶을 휘감는다.
자칫 우울함만으로 끝날 뻔한 영화는 감독의 의도대로 작은 빛줄기를 찾아 떠나는 종대 일행을 보여주며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려 노력한다. 그래, 그것은 마치 내러티브의 몸부림과도 같았다. 어렵게 악수에 성공하는 다리 밑 "광인"과 기수의 악수하는 두 손, 그리고 종대의 미소로부터 그들의 처절한 삶에서의 다른 삶으로의 의지가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그 리얼리티만큼 쓰라리게 다가오는 말이다. 그래, 차라리 희망과 밝은 미래만 이야기하며 공상을 헤매이는 것보다 너무도 명백한 일상의 단편을 풀어가며 이야기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20대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저 공허한 약속만으론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비극적인 인식이 그/녀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으니까. 차라리 솔직히 말하자.
"그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고. 행복은 잘 보이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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