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기억: 그의 이야기에서 우리 가족의 지난 기억을 떠올리다
기억을 잃어가는 영화하면 생각나는 최근 영화를 떠올린다면, <박사가 사랑한 수식>,<내 머릿 속의 지우개>를 떠올리곤 한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책으로 접한 뒤 과연 그와 유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어떤 책이 있을까 하고 본 책이 바로 <내일의 기억>이다. 그 때 너무나 인상적으로 다가온 책이었기에 과연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 보게 된 영화.
STORY
광고회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던 사에키. 평소와 다름없이 일에 열심히 하던 그는 마침내 큰 프로젝트를 따낸다. 그리고, 딸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모든 것인 순조롭게 진행되던 그를 시기해서인지 어둠의 그림자가 닥친다.
그는 평소에는 좀처럼 없던 건망증 증세가 점점 심해져 간다. 그런 그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함을 눈치 챈 아내가 병원에 함께 가서 진찰을 받는다. 진찰을 받은 그는 청청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
조기 알츠하이머 병이라는 선고를 받은 그는 딸의 결혼식까지는 회사의 이목을 숨긴 채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서 온 힘을 쏟는다. 에미코는 그의 행동을 말없이 지켜봐준다. 하지만, 그와 에미코의 그러한 바램과는 달리 점점 증세는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다.
과연 사에키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일의 기억: 책 VS 영화
내일의 기억은 앞서 책으로 먼저 접한 바 있다. 최근에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향수>처럼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는 점에서 이 둘을 서로 비교해 보게 한다.
- 책이 지닌 강점 : 세세한 감정의 이끌림
원작이 지닌 강점이라고 본다. 영화에서도 너무나 잘 표현되긴 했었지만, 원작을 뛰어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 영화가 지닌 강점 : 객관적으로 다가서기
우선 책 자체에서 가지고 있는 모습을 비추어 보자면, 한 인물의 일생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있어 아무리 객관적이라고는 해도 철저히 작가의 주관에 의지하는 셈이다. 그에 반해 영화는 공동 작업이기에 경우에 따라 소설에 비해 주관의 비중이 적어지기도 하며 간결해지기도 한다.
영화는 이 점에서 원작인 소설에 비해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다가서기 위해 보인 노력들이 시선을 끈다.
내일의 기억의 볼거리
- 기억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먼저 영화에서 제일 중심에 있는 것은 기억을 잃어가는 남자인 사에키의 모습이다.
이와 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의 경우 일반적으로 그보다는 그의 주위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가 많지만, 이 작품은 그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진다.
기억을 잃어가는 순간에 느껴지는 불안 속에서 한편으로 피어나는 가슴 속 깊이 간직해 둔 소중한 기억이 교차하는 순간은 이 영화와 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이전에 보여 왔던 모습들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 원작에서 한 단계 나아가서 보여주는 영화의 시선 : 에미코
원작 소설에서의 느낌을 이야기 하자면 어디까지나 사에키가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사에키 이외에도 에미코가 영화에서 또 하나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이는 원작의 주인공인 사에키 단 한 사람의 이야기로 진행될 것 같은 모습으로 보였던 것을 영화화 되면서 영화에서 조금 더 폭이 넓은 이야기를 진행하게 한다. 이 부분이 원작을 더 빛나게 하는 면이라 할 수 있다.
- 배우와 스탭 들이 보여준 빼어난 호흡
이 영화는
젊은 남녀 간의 사랑을 연애 영화도 아니고
또 남들을 웃기기 위해 애쓰는 영화도 아니고
물량 공세를 맘껏 펼치는 액션 영화도 아닌
기억을 잃어가는 한 남자와 그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 눈을 땔 수 없게 만드는 점은 와타나베 켄을 비롯한 배우와 스탭들이 만들어낸 영화 속에서 호흡이다.
내일의 기억의 아쉬움
- 중간 중간 오는 지루함
영화를 표현해내는 데 있어 상영 시간은 필수적이다. 이 영화는 이를 표현하는데 있어 상당량의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결국 영화 차제의 러닝 타임이 지루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어느 부분이 과하다 모자라다가 아니라 그 자체가 어느 순간에 가서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가 잘못된 점이 아니라 보기에 따라서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내일의 기억을 보고
- 그의 이야기에서 우리 가족의 지난 기억을 떠올리다.
사에키 가족의 이야기는 한때 나의 가족의 이야기와도 닮아 있는 부분이 있다.
사에키와 같은 알츠하이머 증세가 온 건 아니지만 아버지가 사고로 인해 머리를 심하게 다치셔서 한동안 그와 비슷한 행동을 보인 적이 있기에 그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에미코처럼 나의 어머니 역시 오랜 기간동안 아버지를 보살피셨기에 지난 날 나의 기억 속에 잠자고 있던 기억 속의 무언가를 다시금 떠올린 기분이었다.
또한, 실제 알츠하이머 병으로 돌아가신 외증조 할머니도 있었기에 그 모습 역시 영화 속에서 겹쳐 보였다. 그런 모습에선 사에키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가족의 지난 이야기로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의 기억은 나의 가족사와 많은 부분 닮은 모습이었기에 나의 기억에 남는 영화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