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
박찬욱 감독하면 먼저 소위 '복수 3부극'이 먼저 떠오른다. 개인적으로는 이 중 [복수는 나의 것]을 제일 감명 깊게 보긴 했지만, 어쨌든 [올드보이]로 이룬 국제적 성과와 명성으로 인해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바로 뉴스가 되고 화제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복수 3부극의 박찬욱 감독이 만든 로맨틱 코미디라는 이유 하나로 이 영화는 개봉 이전부터 꽤 많은 논란을 야기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개봉 즈음에서 <씨네21>에는 많은 평론가들이 이 영화 한 편을 두고 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한 해석을 시도한 바 있는데, 당시 그 글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 '대체 이 평론가들은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스스로도 알고 있을까?' 마치 심리학 사전을 방불케할 만큼 온갖 심리학 용어와 학문을 갖다 붙인 이 영화의 평론들.
이와 관련해 [친절한 금자씨]에 대해 박찬욱 감독과 한 평론가의 대담 기사를 돌이켜 보면, 평론가는 [친절한 금자씨]를 마치 양파 껍질 벗기듯 세세하게 장면 하나하나를 잘라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미진한 부분을 박 감독에게 묻곤 했는데, 많은 부분에서 평론가가 '왜 이런 사물을 넣었나요?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나요?'라고 물으면 박 감독은 '별 생각 없이 넣은 건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라는 식의 대답. 즉 만든 이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는 이의 과잉 해석-물론 감독이 무의식 중에 그렇게 했을 수도 있고, 감독의 의도와는 별개로 그런 식의 해석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는 건 확실하지만-은 '이 정도 감독이 만든 건데, 무슨 중대한 의미야 있을 거야'라는 식의 부담감에서 기인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대한 평론도 이와 같은 부담감에서 기인한다고 봤는데, 내가 보기에 그저 이 영화는 엉뚱하면서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에 불과했으며, 거기에 살짝쿵 박찬욱 식 정서가 덧입혀진 小劇으로 봤기 때문이다. 물론 한 영화에 이러저러한 다양한 시각의 해석이 가해지는 건 당연하며 그것도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면 더욱 그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에 과도한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건 아닌지 싶다.
어쨌든 애시당초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정신병자의 사랑이야기(사랑에 빠지면 모두 정신병적 착각과 환상에 빠지는 건 당연지사!)에 스토리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무의미하다는 생각이고, 영화 중간중간 강조되는 듯이 보이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존재의 목적이 있다'는 메시지에 대해 스스로 성찰해 보는 것도 이 영화의 의미라고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결코 쉽지 않았을 임수정의 연기를 보며 느껴지는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아마도 그 중의 하나는 일순이 느꼈음직한 안쓰러움)이 나에겐 더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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