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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류이며,부드럽고,사랑스러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redface98 2007-05-05 오후 2:05:52 2799   [12]



070504 시사회-스폰지하우스(종로) 14:00, 민선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준비된 희망이 아니라, 위치를 알 수 없는 희망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또한, 깊은 우물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아직 연체류이며, 부드럽고, 사랑스럽다. 그들을 지켜줘야 한다. 그것이 나의 희망이다." - 감독 노동석

종대역의 유아인은 무대인사에 나와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좋지 아니한가>에 출연했었지만, 이것(<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이 저의 첫영화입니다."

그는 많이 쑥스러워하던데, 그의 아직 어린 맘에 지금 가득 차 있을, 쑥스러움과 불안과 공포와 자부심과 그리고 희망이, 희망이 나는 아득히 부러워졌다.

조금씩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이라 부르는 그 묵직하고 씁쓸한 뒷맛에 매번 체하고보니 어느새 내 가슴속에는 거의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은,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는 이 평온함의 뒷면에는 사실 아무것도 없는 평평한 벽면이었다. 창도 출입구도 환기구멍조차 없는 평평한 벽.

10대일 때의 나는 지금 이 시기가 평평한 벽인 줄 알았다. 하지만, 스물아홉의 나는 이제야 그때의 내가 얼마나 세상에 예민하고 수줍었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초조하고 끝없이 절망했지만, 사실은 나는 전혀 알수 없는 끝없이 깜깜하고 깊은 곳에서 아직은 어린 나이에 대한 무한정한 안도감에서 오는 희망으로 가득차 있었는지를, 그래, 지금은 알 것 같다. 과거의 10대들도 현재의 10대들도 미래의 10대들도 그때 그때의 10대들은 자신들의 마음속에 어떤 벽도 없는 것에 대해서 혹은 세워진 벽에 얼마나 많은 창문과 출입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은 아무리해도 알 수 없겠지. 스물아홉 노처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 한 줄기 흐를 정도로 부러운 줄도 보르고.

"좋은 소년이 될 건가요?" 라고 영화가 말했을 때 나는 "좋은 어른이 될 건가요?" 라는 말을 들었다.  청춘군상의 영화를 보면서 자꾸 어른이 된 나를 떠올리는 건 반칙인 것 같아서 나는 기수와 종대를 스크린이 찟어지도록 더 열심히 쳐다보았다. 

'좋은 소년'을 뒤로 하고 이제는 '좋은 어른'이 되려는 기수의 높낮이없는 말투를 듣고 있으니 회의시간에 목소리 높여 회사운영체계의 불합리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던 내 목소리가 또 어디선가 들려와서 나를 방해했다.

아직 '좋은 소년'의 기준엔 턱없이 모자라는 기수가 한쪽 없는 불알 얘기에 버럭 화를 낼 때 아직도 고3때 쪘던 10kg이 고스란이 몸에 들러붙어 있는 내 몸의 치명적인 치부를 떠올리고는 좁은 좌석에서 몸서리쳤다. 

그리고 몸부림치며 쓰러져 우는 종대를 끌어안고 다독이는 듬직한 기수의 등과 폭발하지 않는 아니 폭발할 수 없는 젊음과 세상과 부조리와.....기타 등등의 뒤통수에다 맥주병을 갈겨버린 기수를 끌어안고 말리는 종대의 마른 등에다 잠자코 나의 팔을 둘렀다. 그들은 알 수 없게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껏 팔을 크게 벌려 그들의 각기 다른 등을 끌어안았다. 감독님은 영화를 만들어 그들을 지켜주었지만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내 팔로 그들을 감싸안았다.

내게 남은 유일한 좋은 것은 온기뿐이거든.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건, 그래서,  사람의 따뜻한 체온 뿐이었어. 그리고 기수의 종대처럼, 종대의 기수처럼 어쩌면 그들이 유일하게 바라는 건 그것 뿐일지도 몰라. 가장 좋은 건 그거 뿐일지도 몰라. 

"내 온기를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것. 그것이 나의 희망이다." - 관객 김선희 

 



 < 기수역의 김병석(왼쪽)과 종대역의 유아인(오른쪽) >


(총 0명 참여)
egg2
김병석과 유아인이라.....   
2007-05-2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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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6)
제작사 : 청년필름 / 배급사 : 스폰지
공식홈페이지 : http://blog.naver.com/boys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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