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 여학생의 좌충우돌.. 유쾌한 하이틴 로맨스
제인 오스틴, 셰익스피어, 안데르센 같은 작가의 작품은 영화로 대충 만들어도 중간은 간다는데,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현대적 하이틴 로맨스로 변용한 이 작품에 가장 맞는 적절한 수사일 듯 싶다.
축구를 너무나 사랑하는 바이올라는 일방적으로 여자 축구팀을 해체하고 남자 축구팀 입단도 거부하는 콘월고교와 축구부 주장인 남자친구의 처사에 분노, 라이벌 고등학교인 일리아 고교 축구 선수로 모교에 복수를 하고자 한다. 마침 바이올라에게는 일리아 고교로 전학을 간 쌍둥이 오빠인 크리스챤이 있고, 오빠는 롹그룹 공연을 위해 몰래 런던으로 간다. 바이올라는 헤어 디자이너인 폴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짧은 가발과 남성적인 체스처, 거친 말투 등을 배우고 오빠 대신 일리아 고등학교 기숙사로 잠입해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룸메이트는 잘생긴 외모와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인 축구부 주장 듀크. 하이틴 로맨스 영화가 대게 그러하듯, 티격태격하면서 둘 사이가 가까워지고, 결국 축구와 사랑 모두 성공한다는 뻔한 결말을 미리 얘기하다고 스포일러라는 비난은 받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어쨌든 남자 기숙사에 들어간 바이올라는 가방 속에 있던 생리대를 들키는 등 이상한 놈 취급을 받으며 왕따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위기를 넘기면서 오히려 학내에서 연애 박사로 인기를 얻는다.
바이올라는 학교 축구팀 신입 회원으로 들어가지만 2군으로 밀리는데, 학교 최고의 퀸카인 올리비아를 짝사랑하는 듀크에게 축구를 배우는 조건으로 둘의 연애를 도와주기로 한다. 그러나 바이올라는 듀크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어 가고 반면 올리비아는 남장을 한 바이올라를 좋아하게 되는 혼란스런 상황에 봉착한다. 힘든 훈련끝에 주전으로 올라선 바이올라는 드디어 복수의 대상인 콘월고교와의 일전을 앞두게 되는데, 예상보다 빨리 오빠가 학교에 돌아오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간다.
이 영화에는 많은 결점들이 존재한다. 가령 짧은 가발을 쓰고 거친 말투를 쓴다고 해서 여자라는 걸 몰라 본다는 것도 우습고,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이미 다 자란 청춘 남녀를 구분 못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영화에서는 앞부분에 사람들이 바이올라를 오빠로 착각하는 등의 에피소드를 삽입해 놓음으로써 피해가고는 있다). 특히 미식축구를 보는 듯한 축구 장면은 터무니 없을 정도다. 아마 이 영화의 축구 장면을 본다면 <슈팅 라이크 베컴>이 얼마나 잘 만든 영화인지 실감할 수 있으리라. <쉬즈 더 맨>의 축구 경기에서는 전반전에 벤치로 물러 난 선수가 후반전에 다시 나오기도 하고, 교장이나 선수에 의해 경기가 장기간 중단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런 걸 불만이라고 터트리기는 힘들 것 같다. 우선은 남장 여학생 역을 너무 천연덕스럽고 성의있게 연기한 아만다 바인즈와 남성답지만 마초스럽지는 않은 채닝 테이텀의 매력을 쉽게 뿌리치기 힘들다는 것이고(스토리의 허술함을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고 휘몰아치는 생기발랄함이 이 영화에 가득하다. 이는 쉬워보이는 하이틴 로맨스 영화지만 그만큼 짜임새 있게 만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처음에 얘기했듯이 아무나 대충 만들어도 기본은 한다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힘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