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건재했다. 올 여름 <아틀란티스>의 흥행 참패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슈렉>을 통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위상이 높아짐 에 따라 이대로 무너지려나 싶었지만 디즈니는 역시 변신 보다는 고유의 장기를 잘 발휘할때 제 실력이 드러난다.
<개미>부터 <이집트의 왕자>를 거쳐 <슈렉>까지 드림웍스 애니메 이션은 부모손잡고 따라온 어린이가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구 석이 꽤 있다. 하지만 디즈니가 이제껏 그래왔듯 <몬스터 주식회 사>의 메인타겟은 정확하게 어린이다. 거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나 그 밖의 관객층이 즐길만한 요소가 조금씩 뿌려져 있 는 거다.
무엇보다 일단 소재부터가 귀엽다. 전작 <토이스토리>에서 '장난 감들은 우리가 안보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얘기를 한다'라는 어린 이들이 쉽게 상상할 수 있을 법한 것을 소재로 삼았었다면 이번 엔 '침대밑에는 괴물이 있고 자는 사이에 나타난다'는, 어린이들 이 한번쯤 두려워 했을 법한 것을 내세웠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 하는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안무섭고, 귀여우며(당연하지, 캐릭터 상품수익이 장난이 아닐텐데!) 끝에 가서는 괴물들은 더이상 두 려움의 대상이 아니며 밤에 나타나 재미있게 놀아줄 거리고 한다.
몬스터들이 밤마다 어린이의 비명소리 대신 웃음소리를 모으기 시작한다는 결말부분에 앞서 꼬마소녀 부(메리 깁스)와 설리(존 굿맨)가 헤어지는 장면은 감동까지 찔끔 느끼게 해주며 라스트씬 에서 마이크(빌리 크리스탈)덕분에 설리와 부가 다시 만나게 되 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덕분에 흐뭇하게 극장을 나설수도 있었다. 또한 악당 랜달(스티브 부세미)과 설리, 마이크가 부를 놓고 여 러 문을 열고 닫으며 쫓고 쫓기는 추격씬도 놓칠수 없는 명장면 이다.
<몬스터 주식회사>가 전형적인 '디즈니'표 영화면서도 하나 다른 점은 음악이다. 거의 90분 남짓의 런닝타임동안 싱글넘버가 한번 도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앤드 크레딧이 올라올 때가 되서 야 드디어 노래가 등장한다. 이건 그만큼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 가 뛰어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평소 이야기꾼으로 유명한 빌리 크리스탈은 그렇다쳐도 존 굿맨, '공포의 쇳소리'란 별명의 제니 퍼 틸리 심지어 스티브 부세미까지 그야말로 성우열전이었다. 실 제로도 어린 소녀인 메리 깁스 또한 제 몫을 해냈음은 물론이다.
박스 오피스를 놓고 보건데 <슈렉>을 누르지는 못했지만 분명 < 몬스터 주식회사>는 디즈니의 묵직한 반격이라 할만 했다. 다만 셀 에니메이션 두 편(<쿠스코?쿠스코!>와 <아틀란티스>)이 연달 아 별 인기를 끌지 못한 상태에서 성공한 거라 앞으로 디즈니가 3D 에니메이션 쪽에 더 신경을 집중할지 어떨지는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