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법이다>는 한국영화에서는 모처럼 시도된 형사스릴러물입니다. 왕년에 <수사반장>이 TV를 평정했다고는 하나 그것은 이십여년전의 옛날 이야기이고 그후로도 형사가 등장한 영화는 많았지만 블랙코미디의 소재(ex.투캅스)나 갈등적 요소의 한 부분(ex.테러리스트, 킬리만자로등)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물론 재작년 <텔미썸딩>이 상당한 논란을 부르며 숱한 뒷이야기를 남겼지만 정작 아쉽게도 '하드고어'라는 정의에만 집착된듯한 아쉬움을 남기며 기대에 못 미치는 반전을 주고야 말았죠.
<이것이 법이다>는 일단 소위 뜨는 영화들의 흥행코드를 상당히 민감하게 읽어낸 영화입니다. <텔미썸딩>에서 보여준 '하드고어'적 표현에 임원희, 신은경 사이의 적당한 로맨틱코미디구도, 그리고 볼만한 추격씬에 예측하기 힘든 반전까지 흥행의 요소는 다분합니다. 신은경, 김민종같이 인지도 있는 스타와 임원희라는 연기력 탄탄한 배우를 주연으로 함께 묶어낸 캐스팅에 곁들여지는 주현, 김갑수, 장항선등의 조연진까지 배우진도 흠잡기 힘들 수준이고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난뒤 영화를 만든 민병진 감독이 예전에 <토요일 오후 두시>를 만든 감독이란걸 안다면 상당히 놀랄 관객도 많을듯 합니다.
스릴러 영화의 '반전'이란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별다른 볼거리가 없던 <식스센스>가 치명적 반전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텔미썸딩>이 화려한 스타캐스팅에 잔인한 볼거리를 갖추고도 약한 반전구도덕분에 흥행에 아쉬움을 남긴것을 생각한다면 <이것이 법이다>에 대해선 어느정도의 기대감을 걸어봄직 합니다. 그러나 반전과 이야기를 맞추어 볼때 아귀가 들어맞는 <식스센스>와는 달리 <이것이 법이다>의 반전은 예측못할 정도라는 것은 일치하지만 다소 황당하다라는 생각은 지우기 힘듭니다. 중반부분에 적당한 개연성을 부여하지 않은채 반전이 제시되기 때문이죠.
최근 한국영화계에는 조폭코미디만이 흥행한다라는것이 반정설로 굳어진듯 합니다. 그러나 영화가 발전하는데에 있어서 다양한 장르에 대한 시도라는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헐리우드의 숱한 폴리스물과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뒷배경의 음모이론에 한국적 사회구조를 그려낸 <이것이 법이다>의 시도는 <화산고>나 <무사>의 요란한 시도와는 분명 차별되지만 역시 그만큼 인정받아 마땅할듯 합니다.
보태기: 우리가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배우는 '임원희'라는 배우입니다. 우리에게 이 배우가 얼굴을 알린것은 류승완감독의 디지털 단편영화인<다찌마와 Lee>였지만 그전부터 연극과 영화의 조연을 통해 연기력을 검증받았던 배우이죠. 그러나 여지까지는 코믹한 이미지로만 알려져온 배우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법이다>를 통해 그는 코믹의 이미지에서 진지한 모습을 엿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성있고 연기잘하는 배우들의 이미지가 대부분 코믹으로 정형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임원희의 이런 변신의 시도는 한국영화계의 뜻밖의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