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부일체>는 올해 한국영화 흥행의 일등공신이었던 조폭코미디 장르를 마감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조폭코미디가 갖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런 모듬이 잘된 결말을 불러올지는 물론 두고봐야 알수 있겠죠.
"頭師父一體" 한자성어인 '군사부일체'의 왕(君)을 두목으로 바꾸어 놓은 제목에서부터 이 영화의 주흐름은 대사빨 코미디라는것을 짐작할수 있습니다. 개그콘서트의 한 포맷이었던 "불사파"에서 심현섭과 김준호가 주고받던 바보같던 말장난들. 그것이 바로 <두사부일체>의 주개그이죠. 이 유머는 웃음을 유발하기는 하되 신선도는 제로에 가깝습니다. 또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진지함으로 유머의 분위기를 이끌어냅니다. 코미디 영화에서는 흔히 등장인물이 진지하면 진지할수록 관객은 더욱 웃기죠. <두사부일체>는 그런 면에서 극과 극의 선택을 달립니다. 진지하게 웃기려는 캐릭터 사이에 오버캐릭터의 전형적인 모습을 끼워넣으면서 부조화를 통해 다시 한번 웃음을 이끌어내려는것이죠.
그러나 신선도가 떨어진 유머가 먹히는것은 영화의 전반부뿐입니다. 거기에 너무 욕심을 부려서인지 후반부에는 학교의 비리문제에까지 발을 집어 넣으면서 결국 중반이후엔 웃음의 흐름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결코 감동적이지 않습니다. 너무 속이 빤하게 들여다보인다고 할까요? 조폭코미디는 작품성이 없다는 것을 그런 속보이는 감동으로 채우려 한다면 오히려 그건 큰 실책이지요.
우리가 이런 조폭코미디를 문제 삼는 이유가 과연 뭘까요?
우리나라의 영화는 항상 시기별로 유행을 타고 나갑니다. 90년대초반 <서편제>의 영향으로 한동안 전통사극이 붐을 일으켰고, <투캅스>이후 블랙코미디가 90년대중반에 판을 쳤죠. <접속>과 <편지>이후에 한동안은 멜로영화가 강세를 보였고 그것이 올해는 조폭코미디라는 장르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조폭코미디는 발전이 전혀 없습니다. 위에 언급한 장르중 현재도 활발한 멜로장르를 보면은 <8월의 크리스마스>와 <정사>등으로 다양한 변주를 택했고 그 변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단순한 신파조를 떠나서 <미술관 옆 동물원>류의 로맨틱 코미디와 <번지점프를 하다>같은 판타지성 멜로까지 각각 다른 소재와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서는 모험이 성공한 것이죠.
그러나 조폭코미디는 제법 진지한 작품성에 흥행성을 갖춘 <친구>와 <파이란>이후의 작품은 모두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지요. 특히 최근 <조폭마누라>와 <달마야 놀자>로 이어지며 보여지는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조폭 특유의 오버액션에 대사빨, 그리고 후반부에 양념처럼 곁들여지는 감동입니다. 소재는 매번 바뀌지만 소재를 제외한다면 모두 같은 영화라 봐도 이상할게 없다는 것이죠. 발전이 정지된 장르에 얼마나 우리가 애정을 가져줘야 할까요? <두사부일체>가 학교라는 공간을 다루고 학교비리를 다루어도 이 영화는 결코 <죽은 시인의 사회>가 될수 없습니다. 단지 그것은 조폭코미디의 작품성 운운하는 것에 대해 핑계를 대는 수단에 불과하니까요.
아직 조폭코미디의 개그는 충분히 통한다는것은 시사회장의 관객반응에서 알수 있더군요. 그러나 언제까지 그런 신선도 없는 단순유머로 관객에게 어필할지는 장담못합니다. 90년대 중반 블랙코미디 장르의 급속한 쇠퇴를 생각한다면 <두사부일체>를 끝으로 조폭코미디 장르는 정말 관객이 "박수칠때 떠나라"라는 말을 생각나게 합니다.
아마 다들 아실겁니다. "라스베가스에선 이런 영화가 나온다는걸 상상하기 힘들다"는 사실을요.
보태기: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무대인 "상춘고"는 예전 "상문고"입시비리를 너무 노골적으로 찔러 들어가더군요. 거기에 성적인 저속한 묘사와 폭력의 수위 같은걸 감안할때 과연 15세 등급이 어찌 나온건지도 의아하군요. <꽃섬>은 18세관람가던데 그럼 그 이유가 뭘까요? 정말 난해한(?) 등급제도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