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 영화를 감독한 폴 버호벤에 관한 글을 읽었다.
네덜란드에서 누렸던 그의 화려한 영광과 필모그래피를 헐리우드에서 이어보고자, 야심차게 넘어와 "로보캅", "원초적본능"으로 이어지는 그의 천재성을 지나 "쇼걸", "스타쉽 트루퍼스", 그리고 "할로우 맨"으로 이어지는 그의 몰락기... 그리고 다시 헐리우드를 등지고 네덜란드로 돌아와 찍은 "블랙북"의 성공까지... 어찌보면 그의 영화인생 자체가 더 영화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그의 신작 "블랙북"은 전쟁실화를 바탕으로 한 로맨스 영화다. 한 여성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역시 거장답게 극 진행이 굉장히 빠르고 눈을 땔 새 없이 영화는 힘차게 진행한다. 극 초반의 스파이가 되기 전까지의 과정, 극 중반의 스파이가 되고 난후의 과정, 극 후반의 전쟁이 끝나고 모든 것이 정리되기까지의 과정이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드는데, 오히려 이 숨가쁜 과정이 좀 버겁다면 버겁달까... 확실히 이 영화 "스펙터클 로맨스" 답게 말 그대로 스펙터클하게 영화를 진행시킨다.
제2차 세계대전, 유태인학살을 피해 도망을 치던 중, 가족은 몰살당하고 홀로 살아 남는 레이첼. 그러다 우연치않게 반나치집단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녀에게 적군의 본지로 침투할 스파이의 임무가 그녀에게 주어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미모와 매력을 발휘해 적군 장교 문츠의 연인이 되는데 성공한 그녀는 그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되고, 도청기를 설치하는 등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문츠 장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그녀... 문츠 장교 또한 레이첼이 스파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는지 안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한편, 레이첼은 무기소지혐의로 잡혀간 동지들을 구출할 최후의 임무를 전달받게 되고, 그 작전이 시작되던 날, 배신과 배신이 드러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전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이 영화의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데가 없다. 주인공 "레이첼"역을 맡은 캐리스 밴 허슨.
이 영화로 "제2의 샤론스톤"으로 불린다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거의 신인이나 다름없는 그녀가 이 영화에서 끌어가는 힘은 거물급 여배우의 그것과 상당히 비견될만한 수준이다. 특히 극후반에 그녀가 모든 걸 알고나서 오열하는 장면은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는 명장면!!
그리고 개인적으로 주인공 "레이첼"보다, "문츠대위"역을 맡은 세바스챤 코흐 보다는 "한스"역을 맡은 배우 돔 호프먼이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딱 보고 러셀 크로우와 케빈 스페이시가 생각이 났다. 둘 다 좋아하는 배우라 그런지 이 배우... 괜히 좋다... ^^;;
전반적으로 영화흐름은 앞서말한대로 빠르고 힘차게 돌진해간다. 그러나 극이 후반부로 치닿을수록 힘을 잃어가며 서둘러 영화를 끝내고자 든다. 흡사... 마지막이 싱거운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영화를 너무 오래 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극이 끝나야 되는데도 중반부같다는 점이 이 영화가 너무 런닝타임을 길게 잡은 건 아닐지 싶다. 조금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갑자기 서둘다 보니, 영화의 마지막 반전 마저도 너무 서둘러 풀어버렸다. 이러다 보니, 반응은 "우와!"가 아닌 "아~" 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점들이 블랙북에선 너무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영화내용자체의 흥미유발과 흐름, 배우들의 호연, 감독의 관객을 끌어당기는 흡입력있는 연출 등은 오랜만에 보는 괜찮은 영화임은 틀림없다. 폴 버호벤 감독... 네덜란드로 잘 돌아갔다. ^^
(듣기로는 또 다시 헐리우드에서 작품을 준비중이라는데... 걱정이다.)
P.S 잠깐 한스역의 돔 호프먼이 러셀크로우와 케빈스페이시를 닮았다고 언급했는데, 그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는 점.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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