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해보이는 영상과 음향으로 둘러싸놓았지만 결코 편치 않은 소재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어릴때부터 몸이 아팠던 여동생 쿠미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겨 온 마츠코는 항상 누군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집니다. 어릴때는 그 대상이 아버지였고 성인이 되어서는 남자로 바뀌지요. 이렇게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남자에게 사랑받는 것을 인생의 전부로 알고 있음에, 마츠코의 '혐오스런' 일생이 벌어진다고 생각됩니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는 매우 불편한 영화가 아닐 수 없지요. 모든 여자들이 사랑을 위해 자신을 바치고 동화 속 신데렐라를 꿈꾸며 사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으니까요.
간혹 등장하는 동화적인 분위기와 뮤지컬적 요소들로 무겁고 참담한 주제를 포장하여 더욱 비극적으로 보이고자 한 의도가 보이는 듯 했습니다. 실제로, 저에게 이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으라면 '어이없음'을 말하겠습니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앞에서도 언급했듯 지나치게 진지해지는 데서 나올 수 있는 거부감과 무게감을 반감시켜 그 주제를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마츠코의 기구한 운명에 아픔을 느끼다가도 피식 다시 웃게 만드는 장치라고나 할까요.
이 영화는 가볍게 보면 한없이 가볍게 볼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는 왜 사는가'라는 무겁고도 떼넬 수 없는 주제의식을 던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해답으로 '가족', '희망', '사랑' 등을 제시하는 듯 하지만 그것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인생이 끝난 줄" 알았지만 또다시 삶을 살아가는 그 모습 자체가 아름다웠거든요. 그냥 '우리는 왜 태어나서 왜 살고 왜 죽는가'라는 문제를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눈물을 흘리게 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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