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에 침투하여 교묘하게 암약하는 미모의 여간첩과 적군 장교와의 운명적인 사랑, 조국과 사랑의 기로에서 고뇌하는 주인공들을 다루는 이런 주제는 너무도 많이 소설로 그리고 영화화되어 이젠 아주 진부한 소재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헐리우드에서 활동하다 조국 네델란드로 돌아와 이 영화를 만든 폴 버호벤 감독은 오랫동안 추적하여 확인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로 존재했던 블랙북을 기반으로 모두 실존 인물들의 활동을 담았고 이 이야기는 픽션이 따라갈 수 없는 실화의 감동에 전쟁보다 더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를 탄생시켰다. 탈출을 시도하던 레이첼의 가족은 적군에게 발각되어 모두 죽고, 그녀만 홀로 살아남아 레지스탕스의 요원이 되고 자신의 매력과 기지를 십분 발휘해 적군 장교의 연인이 되어 그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등 중요한 일을 수행하여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적군 장교와의 진실된 사랑은 그녀의 마음속에 적잖은 갈등을 일으킨다. 레지스탕스 대원들을 구출하려는 계획이 정보 누설로 실패하게 되고 결국 사랑을 믿지만 전쟁의 소용돌이는 그들의 사랑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하나의 캐릭터를 도저히 간과할 수는 없었다. 폴 버호벤 감독으로부터 제2의 샤론 스톤으로 인정받는 캐리스 밴 허슨은 영화 속에서의 뛰어난 연기와 미모로 그 활약이 눈부시다. 적군의 기지에 침투한 실존 여자 스파이의 삶을 표현해내기 위해 그녀는 매혹적인 멜로 연기, 거침없는 액션, 처절하게 수난당하는 참담한 장면등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정말로 주목해 보아야 할 새로운 스타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