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보기 좋은 영화였다. 영상과 음악이 적절했기에 별다른 머리굴림이나 크나큰 생각없이 강렬한, 그들의 액션과 피터질 듯한 목청으로 울부짓는 그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300명으로 상대가 안되는 어마어마한 수의 적을 어떻게 물리쳤을까하는 궁금증이 이 영화의 첫 홍보를 봤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플랭크 밀러의 작품인지 아닌지는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았기 때문에 원작의 내용에 대한 여러가지 이슈들은 내 관심 밖으로 물러나 버렸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갑자기 떠오르는 다른 영화가 있는데 바로 글래디에이터다. 두 영화를 보고 비슷한 느낌이 든다. 분명 전혀 다른 스타일인데도 말이다.
300명이 열심히 싸워서 적을 쓰러트리는 장면들이 가장 좋았다. 이 영화에서 명분이니 명예니 국민을 지키느니 이런 얘기들은 내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고 큰 재미거리도 아니었다. 그저 어떤 방식으로 버티고 무찌르는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지형을 이용하고 그들의 전투 시스템을 이용해서 많은 수의 적을 몰살하는데 성공하지만 역시 규모의 차이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또한 헛점이 공략당하면서 희망은 터져 없어졌다. 그 순간에 그들은 역시나 그 300명 스파르타인의 정신을 강조한다.
남자들은 보면서 어떤 피가 불끈 불끈 솟는 느낌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초반에는 약간 기대감과 함께 감동을 느끼기는 했지만 뒤로 가면 갈 수록 모호하고 지루한 감이 몰려왔다. 느리게 처리되는 강조되는 액션들이 슬슬 큰 임팩트 없이 지루해진것처럼...
페르시아의 왕은 거대하고 굉장히 화려한 편이었는데 이 영화 속에서 페르시아로 대표되는 아시아는 퇴폐적이고 마법끼가 있으며 기이하고 괴상한, 괴물같은 느낌이 강조되어 있다. 아무리 만화가 원작이라 해도,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스파르타인들이고 그들의 입장이 중요하다고 해도... 너무 극적이고 분명 기분이 나쁘다. 내가 이란 사람이라면 어이가 없을 것 같다.
300명의 그 숭고한 정신을 강조하는 영화가 되기엔 영화가 참 화려하고 진실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 그냥 재미있는 영화 한편 보는 느낌이 들었을 뿐. 그 외에 큰 감동은 없었다. 영화가 배경시대를 반영하는 듯 대 서사시를 보는 느낌도 약간 풍기지만 스파르타인들은 멋쟁이 꽃미남 몸짱에 나머지 사람들은 극 대비되도록 몸이 병신이거나 괴물같이 등장하는 것이 그저 원작처럼 만화같았다.
순간 순간 좋은 영상들이 아니 영상이라기보다 컴퓨터로 만들어진 실사같은 삽화와 액션이 살아있어서 정말 보기 좋은 영화였다.
너무 슬로우 모션으로 돌리기보다 조금은 타이트하게 빠르게 긴장감을 줬음 하는 순간들도 있었는데 300명이 외치는 함성과 그들의 강한 근육이 뿜어내는 움직임에 빠져 그저 즐거웠다.
그리고 또한 창에 꽂혀 죽어나가고 그 순간에 퍼지는 피 튀김은 굉장히 예술적이었다. 감독이 영화를 멋들어지게 만든 것은 분명 인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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