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본 헐리우드 영화중에 손꼽을 만한 영화였다.
독특한 영상과 촬영술로 시선을 휘어잡고 제작비에 비해 놀라운 스케일을
뽐내는 점도 평가 받을만하다. 눈이 번쩍 뜨일만큼 잔인한 장면들도 줄지어 나온다.
덕분에 2시간에 조금 못미치는 상영시간 내내 지루할 걱정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또.... 100만명에 맞서는 무모한(?) 300 용사들의 이야기도 어느정도 과장은 됐겠지만
흥미로운 것이다.
그러나 이 재밌는 오락영화를 다소 불편한 마음으로 관람했던 것은
'300'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란 느낌을 주고 있어서이다.
모든 헐리우드 영화는 정치색이 짙다는 말이있고 그들이 타 문화와 민족에 대한
몰이해를 바탕으로 내놓은 영화가 한두편이 아니었다는 점도 알고 있다.
그런 점들을 감안한다고 해도 '300'은 정치 선전물에 가까운 연출을 선보인다.
보는 이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헐리우드가 이제껏 보여준 '오리엔탈리즘' 에서 그리 자유로와 보이지 않는다.
칼로 무를 썰어놓은듯이 명쾌한 선악 대립구도 속에
동양으로 대표되는 페르시아는 야만과 무지, 폭압의 상징으로 묘사되고
그 반대편에 서있는 힘없는(?) 서양인들은 정의와 이성, 합리, 자유를 수호하는 존재들로 등장한다.
어쨌거나.... 사견임을 전제로 밝히고 싶은건
서구인들이 색안경을 벗고 아시아인을 바라봐줄 그날이 아직 요원하다는 것이다.
국가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스파르타야 말로 억압과 야만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영화라는 문화적 무기를 동원해서 자신들의 우월함을 은근히 뽐내는 저들이
한편으로 얄밉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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