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진한 소재의 틀을 벗어나 가슴시원하게 느낄수 있는
영화로서 <바람의 전설> <강력3반> 의 박정우감독이 선보이는
사회속에 묻어나는 진득한 부조리와 아이러니한 법칙을 거침
없이 드러내는 진지한 영화이다. 코미디라는 영화 타이틀을
걸고 있지만 이 영화를 진지하게 만드는 이유는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삶과 그런 그들을 둘러싼 현대 사회의
모순된 삶들에 대한 성찰을 닮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직 대한민국 준법정신을 준수하면서 바른생활만을 해온
대한민국의 구청 공무원의 표준을 넘어선 인간 생활교과서의
삶을 사는 박만수(감우성)의 모습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어린시절 레이서라는 꿈에 부풀어 있던 어린 소년 박만수는
고교 윤리담당의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인 아버지(전국환)
의 영향으로 인해 오직 바른 길만을 살아온다. 인간 FM의
표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교통신호 한번 위반하지 못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그의 생활상과 원리원칙에 지각
한번 없는 삶, 세상의 부조리와 타협할줄 모르는 원칙주의자
의 삶이 공무원이라고 피해갈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오직 사회규범만을 준수해오며 살던
박만수에게 위기가 닥친다. 무료하고 지루할정도 FM인
그의 삶에 우울증증세까지 걸릴것 같다며 이혼을 호소하는
만수의 아내 문정희(한경순), 구조조정의 바람으로 인원을
감축해야되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목해서 당장 직장에서
짤리게 된 상황에 이른 박만수는 가슴속 묻어 두었던 사회
속에서 타협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순된 마음의 기름에
불을 지피게 된다. 직장상사의 비리를 모른척 하고 원리
원칙을 고수한 그를 눈엣가시로 여겨 결단을 내리는 직장
상사의 모습과 자신의 퇴직을 기념한다고 모인 술자리에서
정작 나가는 자신의 모습에 누구하나 그를 신경쓰지
않는다. 심지어 그의 친구라고 여겨지던 서태훈(이정헌)
조차 그에게 위로의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 말만 자신을
위한 회식을 명목으로 하여 모인 것이지 아무도 그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자리에서 아내의 이혼선언과
동시에 아들 준호의 모습이 눈에 아른 거려 씁쓸한 기분에
나가려는 그를 붙잡는 상사의 결정적인 한마디가 그의
마음속에 'BIG BANG' 을 일으킨다.
상사 왈 '그런 의미에서 오늘 회식비 자네가 계산하지!'
그리고 그런 상사의 이야기에 한술 더 떠 거드는 서태훈의
모습에 그동안 참고 지낸 자신의 FM 삶을 꺼버리고
AM 삶으로 전환한 박만수는 폭주한다. 그자리를 엎어버리고
신경질적으로 나가 거리에서 욕하며 규범을 어기기 시작하는
만수, 집을 나간다는 아내를 말리러 빨리 집으로 가야한다는
사실을 망각한채 '소변금지' 라 적힌 경찰서 옆 담벼락에서
노상방뇨까지 하다 결국 그 광경을 목격하는 마동철(강성진)
경관에 의해 그의 하루는 거침없이 꼬이기 시작한다.
다혈질에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강력반에서 내려온 마경관은
공권력의 상징인 담벼락에서 노상방뇨한 박만수가 테러분자로
생각되는 모양인지 신경이 곤두서있다. 그리고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내는 별이 수없이 달린 전과15범 양철곤(김수로)
은 홀어머니에게만은 지극 정성한 효도를 하고 사는 효자라는
가면을 쓰고 세상의 부조리를 너무나 잘 알고 감방을 집으로
생각하는 낙천적인 성격의 인물이다. 경찰서에서 어떻게
감방을 좀 들어가보려고 발버둥치다가 만수에게 잘 못 귀뜸해준
것이 거침없는 사회의 원리원칙을 깨 부시는 기나긴 하루의
스타트가 되고 만다. 영화속에서 보여주는 박만수의 갑작스런
변화의 모습은 그의 삶을 얽어 매었던 모든것에 대한 반항적이고
사회에서 돌아가는 부조리한 모습에 대한 증오와 분노에 대한
폭발이다. '정직하게 살아온 그의 삶에 무슨 문제가 있었기에
세상이 그를 못잡아 먹어 안달이냐' 고 행동으로 드러내는 그의
모습, 그리고 아버지의 재산을 강탈해 피참하게 술로 삶을 마감한
아버지의 원수인 심평섭(장한선)이 국회의원으로 살아가는 아이러니
한 세상의 부조리를 잊고 살아가며 심장이 약해 요양인 어머니를
돌보던 양만철과 다시금 얽히는 악연의 고리를 통해 사회속에서
보는 사회속 본질을 느끼게 만든다. 배우 김수로가 보여주는 코미디
적 상황적 느낌과 다르게 무거운 사회의 부조리를 다루고 있는
영화는 그런 사회적 원리원칙에 벗어나며 하루동안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해보지 못했던 모든 것을 해보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결국 얽히고 섥힌채 궁지에 몰려 버린 두 남자의 삶,
박만수가 아들 준호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절대 자신같이
사회규범 준수하면서 살지말고 세상의 부조리에 타협하면서 적당히
살아가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가
아버지와 통화에서 이야기한 듯 말이다. 하루동안 '친구' 가 되어
세상에 자신들의 업적을 고하며 극한 상황까지 몰리는 두 사람의
삶이 영화에서 풀어내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보였다. 매일 사회속에서
전쟁을 치루면서 자신의 양심과 사회의 부조리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삶, 사회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은 모두 알고 있기에
알면서도 조용히 묻혀 살아간다. 그런 한 사람, 한 사람 모든 사람들의 삶은
영화속에서 보여주는 박만수의 일탈처럼 치열한 전쟁을 방불케 할것이다.
극한으로 몰리는 상황이 박만수가 달리는 일탈의 상황보다 부족할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 그런 모습을 과감하게 표출하여 알지만 한번
쯤 더 생각해 보고, 그리고 귀기울이며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경고문구를
본 듯한 느낌이 강하다. 영화속에서 보여주는 메시지도 좋았고,
주연배우들의 연기도 상당히 인상깊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