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같은 아시아? 이번엔 이란이냐??
기막한 비주얼을 뽐냈던 [신시티]와 같이 프랭크 밀러 원작의 만화를 영화화한 [300]. 비주얼 하나는 정말이지 기막히다. 원작 만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는 원작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그림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한다. 붉은 망토와 투구만 착용한 채 거의 벌거벗은 스파르타군의 복장. 조각같은 그들의 몸매. 마치 만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절묘한 포즈까지.
B.C. 480년.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국왕은 대군을 이끌고 그리스로 진군한다. 1년 전에 항복을 요구하는 페르시아 사자를 우물에 빠트려 죽인 스파르타 국왕 레오니다스는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연합군 결성을 신탁이 허락하지 않자 300명의 정예부대만을 이끌고 테르모필레 협곡으로 향해 페르시아 군의 침공을 늦추는데 성공하고, 그리스 연합군이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숫자라는 면에서 분명히 과장은 있다고 해도 '헤로도투스'의 역사책에 기록된 사실을 영화로 만들었을 뿐, 그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는 원작자나 감독, 제작자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다고 해도 찝찝함이 가시는 건 아니다. 피흘리며 죽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사를 칭송하는 건 좋다. 그러다 그게 그 반대편에 서서, 역시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섰던 페르시아 전사들을 기괴하고 뒤틀린 괴물로 표현해야 300명의 전사들이 더 빛나고 더 영웅이 되는 건 아니다.
(니들 눈으로 볼 땐 동양이 그렇게도 괴상망측하게 보인단 말이냐!!!)
역사적으로 분명한 건 당시까지는 동양의 페르시아가 문명, 과학 등 모든 면에서 그리스로 대표되는 유럽보다 월등히 우월했다는 것이고, 페르시아의 패전은 페르시아 연합군이 급조되어 무늬만 대군(같은 아군끼리 말도 통하지 않는)이었다는 면에서 찾는게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이 이라크 다음으로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지으며 점차 압박해 들어가고 있는 국제정세에서 고대 이란(페르시아가 그리스어로 미개인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란은 고대 이란을 페르시아라고 부르는 걸 싫어한다고 한다)을 흉칙한 괴물과 반문명의 상징인냥 그린 영화를 본다는 건 그저 웃어 넘기기엔 뭔가 미심쩍다.
아무리 그런 영화적 상상력을 인정한다해도 스파르타 전사들이 '자유 수호' 운운하는 건 역겨울 정도다. 태어난 아기를 검사해서 정상 아기들만 살린 다음 7살이 되면 공동 학습을 통해 철저히 전사로 키우는 스파르타. 그 과정에서 친구를 죽여야 자신이 살 수 있는 냉혈한으로 키우는 사회에 '자유'가 있을리 만무하며, 그런 사회가 정의일 수는 없다.(스파르타식 교육만 연상해봐도...) 영화로만 본다고 해도 영화가 그리는 전쟁은 미친 국가 대 미친 국가.. 비정상 국가들의 전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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