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영화는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한부분만 따와서 두시간으로 늘린듯한 인상을 주는 영화입니다. 애초에 광고를 100만 대군 vs 300 명의 병사라고 했던것에 걸맞게, 영화의 대부분을 할애하는건 스파르타 병사들과 페르시아 군의 싸움입니다.
자신의 나라와 자신의 나라가 지닌 명예를 지키기위해 페르시아 군에 맞써는 그 모습은 꽤 멋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영화 중후반은 그런 명예를 지키기 보다는 피가 튀는것을 즐기고 싸움을 즐기는 모습인것 같아 조금 의아해했습니다. 그렇게 멍하니 잠시 의아해하다가 초반 나오는 스파르타를 소개하는 나레이션에서 나왔던 것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페르시아군을 정찰나온 스파르타 병사가 말하는 것 역시 떠올렸습니다. 그것들을 떠올리니 스파르타 병사들이 이해가 갔습니다. 즐거울수 밖에요. 전쟁이 없이 훈련만 반복하는 와중에 일어난 전쟁. 그 전쟁은 자신들이 훈련을 하면서 그리고 스파르타인으로 키워지면서 언제나 꿈꾸어온 죽음을 선사해주기 딱 좋았습니다. 손자 손녀의 모습을 보며 늙어죽는것도 명예로운거지만 스파르타에서 그보다 명예로운 것은 전쟁터에서 자신의 모든것을 내보이고 죽는것이겠죠. 그러니 즐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명예를 내보일 수 있는 전쟁터와 싸움이 즐거울 수 밖에요. 빗발치는 화살을 방패로 막아내면서 크게 웃으며 농담을 하는 그 모습이 이해가 됩니다.
반지의 제왕부터 이어져내려온 (이라고 하기에도 뭐하지만.) 아시아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여전한 느낌입니다. 아마도 중국인이라 생각되는 페르시아의 정예병인 이모탈들의 외모는 정말 말그대로 괴물들입니다. 페르시아인들 역시 피어싱 매니아들 뿐이며 어딘지 모르게 기형적인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가끔가다가 스파르타가 페르시아군을 향해 야만인이라고 하고...계속해서 자신들을 이성적인 사람 취급하는건 아시아인에 대한 왜곡된 시각 때문인지 아니면 전쟁을 통해 영토를 넓히려는 어리석은 자에 대한 도발인지 확신이 안서긴 합니다.
그래도 역시... 나라를 위해 싸우고 가족을 위해 싸우고 자신의 명예로운 죽음을 위해서 싸우는 그 모습은 멋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멋있었던건 초반 레오니시스가 홀로 돌격하면서 적들을 베어나가는 장면. 그것이 멋있던 이유가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앞에 있는 적을 베어냈다는 겁니다. 방패로 공격을 막아내고 자신을 스쳐가는 적이나 방패로 자신의 뒤로 넘겨버린 적은 신경쓰지 않습니다. 자신을 스쳐지나간 적들이 자신의 뒤를 칠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앞에서 달려드는 적들을 베어넘기지요. 이 장면에서 저는 뒤에서 자신을 따라오는 병사들을 믿고서 자신의 등을 완전히 맡긴 그런 믿음이 보였습니다. 거기다가 방패전술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자신만이 아니라 옆에있는 전우를 지키기위해 방패를 높이 든다는 것은 그동안의 전쟁영화에서 보아오던것과 다른 점이었죠. 그외에도 방패와 헬멧으로 공격하는 장면이 짤막하게 나오지만 그것도 멋있었습니다.
그들이 지닌 사상이나 그런것들이 지금 보면 어색할지도 모릅니다. 장애인이면 아기때 그냥 버려버리고 어렸을때부터 피를 토해내며 죽이는 것을 가르치는 스파르타가 말입니다. 그런것들이 무언가 불편하고 보기 싫다고 해서 넘겨버리기에는 이 영화의 비쥬얼과 내용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근래에 보기드문, 아마도 거의 영화사상이라고 할 정도로 보기드문 사나이들의 그 무언가가 담긴 영화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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