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5>가 나온지 16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에 다시 한번
노년의 투혼을 펼치며 링 위에 서는 록키의 모습을 그린
완결편격의 영화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세월은 흘러 이제
과거의 헤비급 타이틀 챔피언이라는 영예와 '이탈리아
종마' 의 닉네임을 떼어버린채 레스토랑을 경영하며
살아가는 록키(실베스타 스텔론)의 주변엔 모든 것이
변해있다. 아들은 장성해서 어엿한 직장에 다니고 있고,
아내 아드리안은 암에 걸려 사망한지 몇 해가 지난 시점
에서 록키는 과거의 타이틀을 자신이 경영하며 아내의
이름을 딴 <아드리안즈 레스토랑> 에서 과거의 일화를
이야기하며 살아가는 노년이 되어 버렸다. 과거로 흘러가버린
록키의 영웅적인 일화, 그것은 아직도 록키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아내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같은 장소와 같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록키 발보아의 모습에서 그의 가슴 속에 아직까지
그 때의 열정과 치열한 삶의 경쟁을 이뤄가던 나날을 그리워
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레스토랑을 경영하며 살아가는 록키지만
무언가 충족되지 못하는 삶의 일면이 느껴지는 가운데 장성한
아들(밀로 벤티지글리아)와의 갈등이 부각된다. 아들은
아버지가 뒷담화처럼 항상 이야기되면서 자신과 비교대상이
되어 계속 자신이 성장하는 앞길에 자신이 갈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으로 열등감을 지니고 있는 상태로 아버지와 서먹서먹
한 상태가 된다. 록키의 가장 든든한 친구 폴리(버트 영)는 록키에게
언제난 든든한 친구로 남아있고,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성장한 마리(제랄딘 휴즈)의 등장이 록키의 노년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마리와 그의 아들을 따뜻하게 감싸면서 일자리와 친절함을
베푸는 록키는 스포츠 TV에서 중계하는 현 헤비급 챔피언 메이슨
딕슨(안토니오 타버)과 자신의 가상경기를 보게된다. 그리고 마음속
응어린 진채 풀지 못하고 있던 것에 자극을 받은 록키는 실제
경기 제안을 받아들이며 마침내 트레이닝에 들어간다.
‘Gonna Fly Now’ 음악과 함께 아들과의 갈등, 아드리안의 흔적,
성장한 마리의 변화등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묶어주는 단 하나의
시합은 록키의 노년의 투혼을 통해 드러난다. 아들에게 해주었던
남들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나가는 삶의 투지를
불태우려는 록키의 시합은 실제 라이트 헤비웨이트 챔피언의 캐스팅
으로 한층 더 치열하고 리얼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록키> 도 세월의
변화를 겪음으로써 현란해진 카메라 기법으로 치장되어 예전 록키의
감동을 주기엔 한층 퇴색되어버린 느낌을 버리게 해주지 못한다.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의미는 익숙해지면 무뎌져 버리듯이 명언처럼
이야기하는 록키의 말이 그다지 현실감있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은
이미 과거의 느낌을 살리기에는 노년의 투혼조차 무색해져버린
것 같다. 트레이닝 장면과 마지막 링 위에 올라 불꽃같은 투혼을
발휘하는 록키의 모습과 그의 모습으로 힘을 얻고 환호하는 관중들,
하지만 그 뒷 여운이 감동적으로만 다가오지 않고 퇴물이 되버린
록키의 영화의 마지막 그림자처럼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보고
느끼기에 나쁠 것 하나 없는 요소를 갖추었음에도 그리 느껴지는
건 이제 다른 소재의 영화로 관객들을 방문해야 하는게 아닌가하는
실베스타 스텔론이라는 감독과 배우로서의 아쉬움이 큰 탓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