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포스터를 제대로 보고 본 영화였다. 제목만 들으면 전혀 호감이 가지 않는 영화이긴 한데, "300 vs 100만" 이라는 솔직히 말도 안 되는 타이틀이 궁금하기도 했고, "조엘 실버"가 제작했다길래 보기로 했다. "조엘 실버" 하면 '제리 브룩하이머' 만큼 유명한 제작자고, 게다가 <매트릭스>시리즈의 창의적인 영화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고... 그래서 <트로이>와는 다른 그런 멋진 서사극을 기대했다. 이 영화는 <트로이>는 다수 vs 다수 가 싸우는 것이지만 이번 영화는 소수 vs 다수 싸우면서 시점이 소수로 처리되었기 때문에 (너무 많은 페르시아가 아닌)스파르타쪽에만 신경써도 영화에 집중을 할 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역시나 독특한 방식이다. <매트릭스>의 슬로우모션을 아직 못 잊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슬로우모션 투성이다. 특히 싸우는 장면에서 창이 몸을 뚫는 장면이라든지, 날아가는 장면 등이 슬로우모션과 360도 도는 카메라로 인해 이게 장르가 전쟁서사극인지, SF인지를 헷갈리게 한다. 게다가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서 왜 18세 영화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비위가 강해야지 영화를 보면서 표정관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칼로 찌르는 장면조차 몸을 뚫고 나와서 피가 뿜어지는 장면이 한 두 개가 아니고, 목이 잘리고, 팔이 잘리는 장면이 슬래셔무비가 아닌데도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시사회가 끝나고 이렇게 리뷰를 쓴 사람이 많을 경우 어느 정도 수위조절을 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가 역사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영화에서 나오는 "테르모필레전투"는 3차 페르시아전쟁에서 나오는 한 전투의 일부분인데, 좀 극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약 1000명으로 막았다고 나와있다. 물론 영화에서 보면 300명은 진정한 정예군이고, 나머지 그리스에서 찔끔찔끔 모아서 1000명으로 막았다고 봐도 될 듯 싶다. 물론 좀 더 적은 숫자로 좀 더 많은 숫자를 막는다치면 더 극적일 테니까 조금 불린 것이겠지만.. 그래도 300vs100만은 너무 한 게 아닌가 싶다^^;;
영화이긴 한데 점점 강한 상대가 나온다. 몇 명을 어떻게 막았더니 더 강한 거인병사가 나오고, 코끼리가 나오고, 그 다음에는 왕을 따라다니는 "임모탈"이라는 진짜 정예군이 나오고.. 마치 게임에서 왕을 깨면 그 다음 왕이 나오는 것처럼 강한 적이 계속 나올 때 관객들은 실소를 터트렸다. CG이긴 하지만 시체를 어마어마하게 쌓아놓은 장면이며, 300명의 배우들이 모두 배에 王자가 각인된 것 하며 <반지의제왕>이나 <트로이>를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병력이 보이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CG도 전혀 티나지 않고, 특히 밀고자로 분한 사람은 <반지의제왕-왕의귀환>에서 적 우두머리처럼 아주 비호감 캐릭터였는데 분장을 멋지게 해냈다.
우리가 흔히 "스파르타 교육"이니 얘기를 하는데, 하아! 영화 보고 그런 소리 입도 못 담을 것이다. 진정한 스파르타가 전사를 키우는 교육을 본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편하게 사는 것인지 깨닫는다. 강압적이고 생존본능을 일깨우고, 고립되고, 어떻게 보면 매우 잔인하기까지 한 그런 것을 우리는 단지 조금 강제로 한다고 갖다붙이니 말이다. 꼭 저렇게까지 해야되겠냐 싶지만 300명이 수세나 기세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싸우는 것을 볼 때면 저 시대에서는 진짜 사내대장부구나! 라고 느낄 수 있다.
이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를 영웅적으로 만들기 위해 태어날적부터 이렇게 강하게 자라났고, 몸도 근육 덩어리고, 통솔력,리더쉽이 넘치고 좋은 면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스파르타의 법에 의견이 밀리는 고난(?)(결국 막무가내로 300명을 데리고 나가지만), 다른 나라 사신을 죽이는 잔인함 등이 다른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웅을 보여주면서도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수위만 조금 낮았다면 다양한 관객이 볼 수 있는 그런 역사의 한 부분이 아니었나 하며 조금 아쉽다. 물론 실제로 저렇게 잔인하게 죽였기에 영화상에 옮긴 것 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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