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종료된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의 리메이크작으로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새롭게 태어난
영화로 이철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대부호의 장님
딸인 민(문근영)과 아도니스 클럽 최고의 호스트
역활의 줄리앙(김주혁)의 사랑을 놓고 거짓과 진실사이에
줄다리기 벌이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다. 솔직히 원작의
분위기에 대해 비교되는 것은 어떤 영화든 리메이크함으로써
피해갈수 없는 화살인데 결정적으로 흥행실패작으로 마감한
이 영화는 한마디로 너무 비현실적이고 일반 관객들이 공감할
요소의 부재가 가장 크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자신과
연루된 고객의 죽음으로 감옥에서 출소한 줄리앙의 무리한
야망으로 인한 28억 7천만원의 빚을 통보하며 죽음의 카운트
다운을 재는 사채업자 광수(이기영)에 의해 마음이 다급해진
줄리앙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던 자신의 운전사 류진의 핸드폰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류진이 대부호의 딸인 민의 오빠임을
알게 된다. 줄리앙을 동경하며 따르는 미키(진구)와 유산상속
탈환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대담하게 민의 오빠임을 자처하며
신분을 속이고 민의 자택으로 들어가는 줄리앙, 민의 곁에는
죽은 아버지에게 회사를 맡은 오대표(최성호)와 민의 어머니같은
행세를 하며 곁에 있는 이선생(도지원), 그리고 민의 담당변호사
(조상건)이 있다.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은근히 민의 죽음을
바라면서 오빠로 접근하는 사악한 마음의 줄리앙과 줄리앙의
비서로 신분을 속인 미키다. 처음에 마음의 문을 닫고 오빠의
존재를 부정하던 민은 점차 자신의 외로움에 그늘을 채우고
들어오는 줄리앙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의 흐름에서
보이는 배경은 하나같이 황홀하고, 혹은 거대한 부를 축척해
놓은 부유계층의 생활을 느끼게 만든다.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솔직히 거부감이 드는 부분들이 나오는데 줄리앙의 생활모습
자체와 그가 접근한 목적등의 불순한 동기가 '사랑' 으로 승화
되기에는 납득시키기 어렵다. 대부호의 딸인 민역시 여러가지
추억을 만들어준 오빠라고 하지만 과연 영화에서 민에게 그만한
감정을 느낄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감정의 변화를 보여
줬는지 하는 의문이 들수 밖에 없었다. 화려한 배경연출보다
실제적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감정이입이 중점에 맞춰졌어야
하지 않나 싶은 아쉬움이 앞선다. 그리고 민아의 자택에 있는
조연인물들의 감정연기도 묘하게 트러블을 일으킨다. 오대표의
비중은 엑스트라라고 느낄만큼 존재감이 없고, 이선생또한
그녀의 입장을 이해할 만한 단서도 없다. 애매모호한 조연
입장들과 더불어 볼거리 위주로 마치 CF 영화로 느껴지는
배경적인 요소도 영화속에서 불협화음으로 작용했음을
느끼게 한다. 있는 그대로의 영화를 보고 있어도 '돈' 으로
시작된 사랑의 인연을 그렇게 쉽게 만들고 클라이막스로
보낼수 있다는데 답답함을 느꼈다. 상상력을 가미한듯
관객의 배려로 영화의 결말을 이끄는 부분또한 결정적으로
감정의 잔재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흥행의 실패를 들기에 앞서, 영화의 초점 자체가 어긋나지
않았나 싶다. 잘못된 초점으로 인한 배우들의 평가절하가
수반된 영화라고 느껴지는 아쉬운 점만 돋보이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