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헤비급 챔피언인 록키 발보아는 이제는 중년이 되어 한 작은 레스토랑의 사장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암으로 사별한 아내 애드리안을 잊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그래서 레스토랑의 이름도 역시 '애드리안'... 그렇게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아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록키의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그가 살던 마을은 너무 많이 변해 낡고 오래되었다. 한편 현재 헤비급 챔피언인 매이슨 딕슨은 경기를 이기도도 많은 사람들에게 야유를 받는 복서이다. 전 코치에게 하소연을 하지만 그렇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는다. 어느 날 한 스포츠 체널에서 과거의 챔피언과 현재의 챔피언의 가상 경기를 보여주면서 두 사람은 힘든 결정을 내린다. 비록 오프닝 시범경기이지만 명예를 찾기 위해 록키는 나섰고, 딕슨 역시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경기에 임하기로 한다. 록키는 다시 권투글러브를 잡는다. 그리고 다시 그는 필라델피아 도서관 계단을 오르내린다. 하늘은 그를 축복이라도 하듯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1976년... '로보트 태권 브이'가 그 시작을 알렸던 것처럼 '록키' 시리즈도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전번 '로보트 태권 브이' 리뷰 때도 이야기했지만 내가 태어난 시기에 나온 영화가 아니었기에 그것을 가지고 리뷰를 쓴다는 것은 매우 힘든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작품 '록키' 시리즈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과거 록키 시리즈에 대한 언급은 씨네 21 590호와 FILM 2.0의 322호를 바탕으로 구성하였다.)
실배스터 스텔론은 영화에서의 록키 발모어처럼 실제로도 궁핍한 생활을 했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고 그것을 영화사에 집어넣지만 번번히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무하마드 알리와 척 웨프너와의 경기를 보던 도중 '록키'에 대한 영감을 떠올랐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승리한 무하마드 알리의 이야기가 아닌 정반대의 패배한 복서의 이야기를 가지고 온 것이다. 이 것이 '록키' 시리즈의 시작이다.
실베스터 스텔론은 태어날 때 부터 약간 비정상적인 모습의 외모를 갖추었고 그것이 자신의 핸디켑이라고 여겨졌다. 영화에서 록키 자신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사실 실베스터 스텔론의 자신의 이야기였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어려움을 겪고 일어서는 록키의 모습은 결국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받아 1편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1985년 4번째 시리즈부터는 내리막을 달리기 시작하며 그의 또다른 액션영화들 조차도 영화평에 있어도 졸작이라는 평을 얻었다. 1990년 5편에서 록키는 완전히 은퇴를 함으로써 이 시리즈는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다. 그리고 16년이 흘렀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십 년하고도 반 년이 더 흘렀다. 당연히 모든게 변했고 제작 시스템이나 이 사회의 모든 것들이 변했다. 실베스타 스텔론은 예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그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는 '터미네이터'의 T-1000이 아닌 켈리포니아의 주지사가 되어버렸다. 또한 비슷한 연배의 부루스 윌리스 역시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게 된다.
하지만 부루스 윌리스가 간만에 '다이하드 4'를 준비하는 것처럼 실베스터 스텔론도 뭔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말로 이제는 마지막이자(마지막 일 수도 있는...) 여섯번째 록키 이야기를 준비하기로 한다. 그러나 시작은 초라한 중년의 남자이자 평범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장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죽은 마누라에게 항상 달려가 묘지에 꽃을 받치고 가는 모습에서 안타까움 마져도 느낀다. 하지만 실베스타 스텔론이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했듯이 록키 역시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었던 같다. 록키의 명장면이었던 필라델피아 도서관 계단을 다시 오르내리는 그 장면부터 말이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간 록키는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초점을 승리에 갈망하는 록키의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재기에 성공하는, 그리고 진정한 자신의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록키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딕슨과의 싸움에서 10 라운드까지 가는 접전 속에서도 두 선수는 절대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진정한 남자들의 싸움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보여주게 된다.
아쉽게 판정패를 당하지만 록키는 아쉬울 것이 없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원없이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록키의 이런 삶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중년 남성들에게 부러움과 더불어 반대로 희망의 대상이 된것이 아닐까 싶다. 다시 그 계단을 오르내리고 냉동고 고기들을 센드백 삼아 싸우는 장면은 중년관객들에게 록키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요 앞에도 이야기 했던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실베스타 스텔론의 작은 소망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동안의 5편의 시리즈에서 많은 이들이 록키와 함께했지만 공백기인 16년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를 떠났다. 실제로 록키 시리즈와 함께했던 배우들이 사고로 세상을 뜨거나 영화에서처럼 애드리안 역시 세상을 뜨는 상황을 보여준다. 어쩌면 의지할 사람들이 없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장성한 아들이 그에게 있었고 어렸을 때 자신을 꾸짖어 올바른 사람이 된 여인 마리도 있었다. (실제 마리 역을 맡았던 배우 조지 레티지아는 1편에 나왔던 반항 소녀였고 '록키 발보아'에서는 이제는 중년의 여인이 되어 애드리안 대신 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역시 세월은 무시를 못한다. 6 편인 이 작품에서는 그 장면이 비슷하게 반복되어진다. 또 다른 반항하는 10 대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애드리안에게 꽃을 받치는 록키의 모습을 다시 비춰주면서 끝난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앤딩 크레딧을 잊지 못한다. 바로 록키의 명장면인 필라델피아 도서관 계단 씬을 일반 시민들이 그대로 재연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이 중에는 정말로 록키 시리즈를 보면서 자란 사람들도 있고 앞써말한 '로보트 태권브이'처럼 아버지따라 지금의 작품을 본 세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대가 같이 공감하는 작품은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성 세대들에게는 추억을 이야기하고 지금 세대들에게는 지금과 다른 나름대로의 새로운 이야기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록키가 다시 뛰는 것처럼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가 이 영화를 통해 많이 전달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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