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목소리는 1991년 실제로 일어나 아직까지도 범인을 잡지 못한체 미 해결상태로 공소시효를 만료한 이형호 군 유괴사건을 토대로 한 팩션(Fact + Fiction)이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어서, 이 사건을 기억하고 그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계실 사건의 당사자들이 살아있는 현실에서 이 사건의 어쩌면 슬픔을 되살리고 건드리는 일이 아닐까 하는 우려와 걱정을 앞서게 하는 영화였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가 실화에 대한 진지함을 지닌 박진표 감독이었기에 과거 SBS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른 이형호군 사건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그때에 그가 느꼈던이형호 군 부모님의 절절한 심정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는 연출의 변때문에 난 이 영화에 대한 우려보다는 기대와 응원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기다리고 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난 나의 느낌은 답답함이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감독의 답답함이나 사건의 영화화로 경각심을 주려는 감독의 연출의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느끼겠지만적어도 영화로 만들어 내고 있는 만큼 각각의 인물들에 입체감이나 역할 부여는 되어져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이 지나치게 부각되며 일방적인 범인의 요구에 상우의 부모뿐 아니라 경찰들마져 흔들리는 모습만을 시종 보여주는 영화는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함만을 느낄 뿐 사건에 접근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나 범인의 실체에 점차 가까워 간다는 느낌은 전혀 가질 수 없다.
그놈이 밉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는 것 같고 그런 부모는 그런 상황에서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었음을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면서 그놈에 대한 반감을 심어주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만이 충분히 느껴질 뿐 범인에 대한 실마리나 사건에 대한 수사에 대한 디테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건에 대한 접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일방적인 절망감만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하지만 적어도 실화를 그것도 미제로 남은 사건은 그런식으로 담아서는 안됀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과거 살인의 추억을 통해 미해결 사건의 영화화를 접해 보았던 경험이 있다. 살인의 추억은 범인을 흉악범으로 묘사를 한것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도 않았지만 범인에대한 분노는 영화를 통해 극단으로 느낄 수 있었다.
경찰의 병력을 대모진압에 뺐겨버리고 수사에 대한 장비때문에 범인으로 짐작하고 있음에도 제대로된 수사를 할 수 없었던 기술에 대한 부재 나 어설픈 형상들의 실상 그리고 아무런 지원이나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는 정부 등 그런 영화는 단순이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에 대한 접근이 아닌 그 당시의 시대 상황이나 형사들의 실상, 그들에게 놓여진 상황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하여 접근하여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켜 주었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마지막까지도 범인을 잡고 싶어했던 형사들의 간절한 마음과 한편 아직까지 우리곁에서 함께 숨쉬고 있을 범인의 존재에 대한 여운은 사건에 대한 몰입을 넘어 소름끼치는 전율을 주는 것같은 느낌에 영화를 보고난 이후에도 며칠동안은 섬찟함을 느꼈었던 것같다.
하지만 그놈 목소리는 유괴, 살인, 미결이라는 사건에만 집중할 뿐, 그 사건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감독이 사건을 아주 충실히, 자세히 알고 있다는 사실은 영화를 통해 충분히 알겠으나 지나치게 사실에만 입각하고 사실만을 보여주어서 정작 영화가 주어야 할 공감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극중 상호의 부모가 당하고 있는 일방적이고 절망적인 상황만을 그 자체만으로 분노해야하고 하고 아파하자고 관객을 억지로 추기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저 현실의 범인과 똑같은 말투와 말들, 부모들의 절망적인 감정 표현으로만 일관된 영화는 약간의 지루함과 답답함만을 던져줄뿐, 저렿게 밖에는 안되었던 것일까에 대한 감독과 부모에 답답함과 안쓰러움만 느껴질 뿐이었다.
어린 아이를 유괴해서 살인한 팔염치한 범인인 그놈은 그저 돈 만을 노리고 있는 나쁜 이지만 그저 목소리로 표현된 범인은 팔염치함을 표현하기엔 어딘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또한 들러리 처럼 실수만 저지르고 존재 의무를 모르겠을 경찰들에 대한 무기력함도 지나치게 단편적이단 느낌뿐이다. 조금 과장을 섞더라도 상우를 유괴한 범인의 에피소드나 경찰들이 사건에 접근해 가는 과정에 시선을 조금이라도 분산하였더라면 어쩌면 이 영화는 꽤나 그럴 사한 범죄 수사극이 될 지도 모를 것이란 생각을 줄 정도로 사건의 수사에 대해 지나치게 미온하고 소극적이다. 지나치게 부모의 감정에만 호소하고, 그들에게 처해진 상황에 만 집중해버려 정작 영화가 노리고 있다는 그놈의 실체는 그다지 밝혀내지 못하고 씁쓸하고 아쉬운 뒷맛 만을 남기고 끝나버린다는 느낌만을 받게 된다.
조금만 더 객관적으로 생각해서 영화를 만들었더라면, 좀더 사건을 연구하고 드러난 정황을 종합해서 영화적으로 연출되어 그 목소리를 함께 담아 두었더라면 조금 더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 <그놈 목소리>가 될 수 있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심하게 드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그때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새로운 정황이나 상황을 덫붙인 다시보는 시각으로 사건에 대한 되새김을 하는 영화가 되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좀더 제대로 사건을 담아내어 그놈에 대한 국민 모두의 분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영화가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많이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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