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목소리' 는 해결되지않은 실제의 사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다는점, 또한 괜찮은 감독에
괜찮은 배우들이 나와 모처럼 주목받는다는 점등, 여러모로 개봉전부터 관객들에게
'살인의 추억의 재림'을 기대하게하는 영화이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의 스릴과 긴박감을 기대하며 이 영화를 감상했다간 관객들은 크나큰 낭패를 당할 것이다.
애초에 이 작품은 '죽어도 좋아', '너는 내운명'에 이은 박진표 감독의 '세번째 맬로'였으니까.
감독은 처음부터 이 영화의 연출에서 '스릴러적 요소'를 철저히 배제했다.
경찰은 범인의 꼼수에 일방적으로 놀아나고, 두뇌싸움따위는 애초에 없다.
대신에 영화는 하루아침에 자식을 빼았긴 부모들의 처참한 심경에 포커스를 맞춘다.
다행히도, 설경구와 김남주의 워낙 실감나는 격정적 부정,모정 연기덕분에 영화가 지루하지는 않지만,
결국 이 영화에서 남는것과 볼거리는 자식잃은 부모들의 애끓는 연기가 전부인 것이다.
물론 감독이 그것에 이 영화의 의의를 둔다면, 그리고 관객 또한 그것에 만족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2007년판 '살인의 추억'을 기대한 관객들과, 또 그것을 유도한
마케팅에 있다.
본편과는 다른 그놈목소리의 '스릴러적인 냄새가나는 예고편' , 또 현상수배지 모습을 한 거리의
포스터등은, 관객들에게 '그놈목소리'를 '살인의 추억'류의 박진감있는 스릴러로 기대하기에
충분하게 만들어버렸다.
최근 충무로에 '첫주만 반짝하다 망하는 영화'들이 많다는 기사가 떠 화제가된적이 있었는데,
그런 영화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화려한 연출진과 배우들, 야심찬 홍보로 고무시킨 관객들의 기대심리에 충분히 부흥하지 못했다는데 있었다.
영화의 흥행여부에 중요한 변수중 하나가 관객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기대를 하고, 또 어떠한 방식으로
그것을 충족시켜주느냐인데, 그놈목소리는 영화의 연출은 그렇다쳐도,
홍보에서도 관객들의 관심과 기대를 높이는데만 성공했을뿐,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박진표 감독에게도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를 만든 원래 목적대로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게해 범인을 검거'하는데 성공하려면,
어차피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닌 팩트+픽션 영화인이상, '픽션'을 통해 스릴러적 요소들을
적절히 뿌려넣는게 현명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 영화도 흥행해서 '중박'정도는 기록할수 있겠지만,
역시 대박을 위해선 '그냥 신파'보단 '스릴러적 신파'가 더 먹일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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