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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원시적인 추악함이 드러난다! 아포칼립토
ffoy 2007-02-02 오후 8:55:37 1891   [6]

still #1still #5still #6still #12still #17still #13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의 3번째 광활한 드라마가 국내에 정식상륙하였다. 그의 연출력은 전작들에서도 뛰어난 빛을 발했고, 찬사를 받을만큼 충분히 받았다. 물론 후폭풍으로 비난도 밀려왔지만, 인정할만한 솜씨인 것은 분명하다. 이 영화를 보고 더 확신이 섰다. 아무리 영향력 없는 영화인으로 추대받고 있어도 그의 연출력은 함부로 대할 수 없을만큼의 위치까지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거대한 스케일을 줌으로 조절하는 그만의 디테일한 연출은 영화의 매력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상업성을 추구하는 오락영화로서도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역사영화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표면으로 드러난 오락성과 그보다는 고개를 숙인 역사성 사이를 오가는 멜깁슨의 위험천만 외줄타기가 과연 대중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의문이다.

 

  오프닝은 마야인들의 사냥으로 시작된다. 시작부터 비주얼이 쾌재를 부른다. 그만큼 이 영화의 잔혹한 비주얼을 예고한다. 기분이 찝찝한 가운데,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소개되면서 입가에 썩소를 짓게 한다. [늑대와 춤을]에서 '주먹쥐고 일어서'가 생각이 날만큼 그들의 이름은 원시성을 갖고 있다. 사냥을 마치고 보금자리로 돌아온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평온해보인다. 그것도 잠시 침략자들이 들이닥쳐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그 침략자들은 바로 '큰늑대'가 이끄는 인간사냥꾼 무리이다. 그들은 인신공양을 위해 인간사냥을 나온 것이었다. 마야문명이 오랜 기간 존재했었고, 물론 많은 문명의 발달을 이룩했기 때문에 그토록 원시적인 생활만 하지는 않았을거라 짐작했지만, 그래도 인신공양을 하는 곳의 풍경은 가히 놀랄만 했다. 마야문명 속에서도 지역격차가 있었던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침략자들이 등장한 이후 중간보스격인 '중간눈'의 무자비함은 가슴 속 감정을 들끊게 했다. '표범발'과 싸울 때 힘에서 밀린 것이 무사의 자존심을 건드렸으리라. 때문에 아버지가 죽음을 당하고 '표범발'의 신변은 더욱 고통스러워진 것이다. 아무튼 주인공 '표범발'은 만삭인 아내와 어린 아들을 깊은 구렁 속에 둔 채 잡혀왔다. 마침내 두려움을 없애고 삶에 대한 강인한 본성을 드러내며 처자식에게 향하는데,,,

 

  [아포칼립토]는 굉장히 잔인하고 무자비하다. 침략자들에게서 인간으로서의 도덕성은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돌로 쌓은 탑 위에서 우두머리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신공양을 하는 장면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만큼 잔혹한 비주얼을 흩뿌린다. 특히 우두머리 부부 아들이 띄우는 썩소와 뒤룩뒤룩 살찐 몸뚱이를 보노라면 인간의 더러운 본성과 추악함만이 얼굴을 쳐내밀 뿐이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명장면은 우여곡절 끝에 달아난 '표범발'의 도망, 그리고 끝없는 추격이다. 추격의 전반전을 끝내고 폭포수 아래에서 '표범발'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장면은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가 검투사로서의 첫 신분을 밝히는 장면과 그 포스를 나란히 할 정도이다. 추격의 후반전으로 접어들면서 '표범발'은 맥가이버적 기질을 발휘한다. 멧돼지 덫, 개구리독침, 말벌통 등을 이용한 그 최후의 발악은 불가능해 보이던 생존가능성을 기적으로 승화시킨다. 특히 가장 악랄함을 보였던 '중간눈'과의 대치상황은 긴장감을 동반하면서 쾌감을 안겨준다. 서로 마주하는 가운데, [매트릭스]와 [인정사정볼것없다]의 명장면을 차용한 것만 같은 액션과 집어든 아이스하키(!)로 머리통을 날려주는 센스까지,,, '중간눈'의 악랄한 표정은 순간경직되고 머리에서는 주사바늘처럼 핏물을 내뿜는다. 추격자들을 하나하나 제거해가지만 부상까지 입은 '표범발'은 서서히 지쳐간다. '표범발'은 끝없는 추격으로 계속 도망갔지만 그 끝에는 처자식이 있다. 게다가 현재 처자식이 있는 구렁의 상황은 설상가상의 극을 달리고 있다. 갑자기 비가 오는 가운데, 아내와 아들 모두 부상을 입었고, 둘째는 이미 형을 대면한지 오래다. 세상에 태어나 제일 먼저 먹은 것이 빗물이요, 제일 먼저 느낀 것이 추위이니 말 다한거다. 마지막 추격자들은 바닷가에서 기이한 것을 보더니 전염병 걸린 여아의 예언이 실현된 것인 줄 알고 넋이 나가버린다. 이에 '표범발'은 끝내 처자식을 구한다.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해피엔딩일까? 과연 예언의 실현은 무엇이었을까? 그 후 그 땅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것이 알고싶다면 역사를 검토하면 쉬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멜 깁슨은 굉장히 사실적인 묘사를 하려고 노력하였고, 그의 문명관이 어땠는지는 별로 관심없다. 그 따위껀 솔직히 영화를 보는데 필요없다. 문명이 기초된 중후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지만, 그와 동떨어지게 볼 수도 있다. 앞에도 말했듯이 외줄타기의 왼쪽 오른쪽과 같다. 중심을 잡으며 기우는 것은 관객 마음인 것이다. 나도 이 영화가 마야문명을 다루면서 다큐멘터리식 접근이 가미된 굉장히 난해한 영화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근간은 그러하되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오락적으로 즐길 수 있고, 인간으로서의 인류학적 지식만으로도 캐치할 수 있는 감정과 느낌은 포만감을 자극시킬 정도다. 멜 깁슨은 리얼리즘을 추구하기 위해 전부 마야어를 사용하였고, 마야인들을 캐스팅하였으며, 배우도 신인배우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썼다. 그만큼 이 영화의 문명관이 어찌되었건 리얼리티 실현성은 충분하고 그와 더불어 방대한 볼거리는 오락영화로 손색이 없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또하나 짚어볼 것 중 하나는 배우들의 눈빛으로 교감하는 연기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극한상황이나 인물간의 대치상황 등에서 오묘한 느낌과 함께 이런저런 상념을 던져주는 그들만의 눈빛은 언어를 뛰어넘어 더 많은 것들을 상기시키도록 해준다. 게다가 아이들의 연기는 귀여우면서도 섬뜩할 정도의 느낌을 준다. 또한 광활한 숲 속 정경이 매우 그럴 듯 하다. 이런 자연스러운 모든 것들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욱 살려준 것 같다. 영화 중에 등장했던 수많은 독특한 이름 중에 '표범발'의 첫째아들 '달리는거북이'가 자꾸 떠오른다. 아이러니한 이름이지만, 거북이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보는 느림이 열나게 달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이 영화가 어떤 심오한 것을 내포하고 있든지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그들의 입장은 이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알고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영화를 맛있게 소화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장애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한 가지 당부할 것은 영화의 주소재는 시각적으로 불편한 비주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찔꺽거리는 선혈에 질척거리는 것을 반복하다가 영화의 다른 부분을 놓치고 집중력이 떨어져 결국엔 지쳐버리고 말지도 모른다. 그것만 눈으로 소화할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영화를 보는 가운데에도 몇몇 관객이 비위가 상했는지 지루했는지 나가버렸고, 영화가 끝나고도 "나가려고 몇 번 마음먹었다"는 후회섞인 관객의 불평을 들었다. 그렇다면 역시 평에 있어서 극단적으로 치닫는 영화라 해야하나? 여하튼 그 선택의 중심은 보는 이의 몫이다. 물론 그 중심이 외줄타기처럼 제 마음대로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아포칼립토] 마야문명에 대해 왈가왈부한 영화라 보일 수 있지만, 인간의 원시적인 추악함을 끌어냄으로써 가장 원시적인 서스펜스를 자극시킨 영화로도 보인다. 원시사회의 표현을 굉장히 리얼리티있게 구성하였으며, 장대한 스케일을 디테일하게 옥죄는 감독의 연출력은 뽐낼만 하다.

  가장 원시적이지만 가장 인간의 본성과 닿아있는 영화다. 느끼고 생각하라. 인간이라면,,,

 

 


(총 2명 참여)
gracehpk
멋있네요..^^ 뒤늦게 추천추천~   
2007-05-15 17:02
ffoy
헤헤^^ 쌩유베리감사요...추격씬의 짜릿한 박진감은 정말 압권이죠.   
2007-04-05 18:38
bjmaximus
<아포칼립토> 어제 봤어요.뭐,서양인의 오만한 시선이나 역사,문명 이런 거 떠나서 액션 활극으로서 짜릿함을 제공하더라구요,특히 옥수수밭 전부터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박진감과 스릴은 압권이었네요.그전까진 지루했지만 그이후로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구요.ㅎㅎ 잔인하거야 뭐 워낙에 길들어져서.. 좋아하기도 하고.ㅋ 리뷰 잘 읽었어요~^^   
2007-04-05 17:15
ffoy
하하^^ 마지막 문구만 읽으신게 아니고요? ㅎㅎㅎ 농담^^a   
2007-02-05 16:44
yjmnbvc
한번 꼭 봐야겠는데요^^ㅎ
"가장 원시적이지만 가장 인간의 본성과 닿아있는 영화다.
느끼고 생각하라. 인간이라면..." 이 마지막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네요^^ㅎ
  
2007-02-05 15:36
1


아포칼립토(2006, Apocalypto)
제작사 : Touchstone Pictures, Icon Productions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oxkorea.co.kr/apocaly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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