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에 맞지 않으면 대통령에게도 직언을 서슴치 않는 강직한 뉴스앵커.남편을 내조하며 완벽한 조강지처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아내.그리고 말썽꾸러기이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들의 아이.마치 한 폭의 그림같은 이 화목한 이 가정은 한 밤에 울린 전화벨 하나도 산산조각나버린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존재.너무 가까워서 그 소중함을 몰랐던만큼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엄청났습니다.있을 때 잘할 것 후회하고 또 후회해도 돌아오지 않는 아이.더 잘해줄걸 더 사랑해줄걸 절망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다는 순간 이 완벽했던 부부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어버렸습니다.남은 것은 자신들의 소중한 아이를 빼앗아간 공소시효가 지나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악마같은 웃음소리를 향한 증오심뿐.
화도 나고 이가 갈렸습니다.어떻게 저런 인간과 같은 하늘아래에 있다는 것이 무서워졌습니다.아이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부모와 경찰을 지마음대로 가지고 놀고 장난치고 법망을 교묘하게 벗어난 목소리만 남기고 사라진 이 얼굴없는 악마를 잡아서 사형대에 보낼 수 없다는 것이 원통했습니다.그때가 과학수사가 막 도입되던 때라 주먹구구식의 수사밖에 할 수 없어 더 안타깝고 울화통이 터졌습니다.그나마 이 전율의 악마가 더 이상 마음대로 날뛰지 못하게 막은 것이 약간은 엉성한 과학수사라서 분이 조금은 풀렸습니다.
목소리와 모자만 눌러쓴 모습만 보여준 강동원.그가 세삼 무서워졌습니다.전국의 수많은 여성들의 애간장을 녹이던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 섬뜩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초반엔 표준어와 사투리를 오가는 발음이 꼬여서 어색했지만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영화전체를 관통하며 아이의 부모를 완전히 망까뜨리고 경찰들을 허망하게 만들며 꼭두각시 인형으로 만들어버리는 어둠속에서 히죽거리는 그의 목소리는 전율 그 자체였습니다.
이 영화에 딱 한가지 흠이 있다면 경찰을 너무 무능하고 바보처럼 표현했던 것이었습니다.처음엔 완전히 어두워져버릴 영화의 분위기를 띄어서 재미있었지만 갈수록 가관이라서 이런 비슷한 장르에서 나오는 무능한 경찰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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