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한번 빠지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늪이 바로 마약이라는 사실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영화의 배경이 부산이라서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다름아닌 내가 태어나 20여 년간 살았던 곳이 부산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듣기 익숙한 현장지명들. 연산동, 철마 등 이런 곳들은 내게도 익숙한 곳들이었다.
연기의 달인들이 모였다. 황정민, 류승범. 두 주연의 연기는 정말 리얼하다. 두말 할 필요가 없는 듯 했다. 다만 그걸 뒷받침 할 수 있는 시나리오와 연출이 문제인데, 이번 영화는 최호 감독이 맡았는데, 과거 바이준과 후아유 같은 멜로물을 과연 이번 장르의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 낼지 무척 궁금했는데, 다소 너무 평범하지 않았나 싶다. 또 하나 조연으로 나온 마약중독자 역할의 추자현. 이전의 소녀 같은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마약중독자의 실감나는 연기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말이다. 노출 연기에서도 과감하면서 프로다운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배경이 되었던 부산의 여러 곳들을 감상할 수 있어 영화를 보면서도 전혀 낯설지 않았다. 용두산 공원, 부산대교와 영도다리 밑 고래고기 먹던 포장마차 선술집. 그리고 옹기종기 그 옛날 피난촌의 흔적이 남아있는 남전동 달동네 그리고 배우들이 쓰는 부산 사투리까지 모두 흥미 있는 것들 이었다.
마약 전문 영화답게 리얼한 현장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그리고 마약 수사가 대체로 그렇게 진행되는 것을 보니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부산이 그 중심이라는 것에는 조금 아쉬웠다. 나름대로 낭만이 있고, 살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