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원작으로 하여
영화화된 이야기는 그간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의
융화가 인물들의 극에 달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마치
기적같은 일화들을 만들어 낸다. 교수의 자리로 있지만 자신을
채워주고 세상에 자신의 진정한 이해자는 없다고 생각하는
부유하고 유복한 가정하의 3번째 자살미수자 문유정(이나영) 교수와
우발적인 살인과 가난하고 어려웠던 슬픈 고아로서의 기억과 동생을
잃어버린 어두운 과거를 간직한 사형수 정윤수(강동원), 자살미수의
실패로 어머니와 거대한 마찰을 빗고 있는 무언가 알수 없는 증오심이
배어있는 문유정에게 찾아온 고모 모니카(윤여정) 수녀는 정신병원의
요양과 구치소에 있는 사형수와의 만남의 선택사항을 부여하고 유정은
구치소의 <만남의 방> 으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사형수
윤수와 모니카 수녀의 만남에서 내내 뒤쪽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유정, 모니카수녀의 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편히 죽게 내버려 달라고
고함치며 그 자리에서 모니카 수녀에게 못되게 구는 윤수의 모습,
윤수가 예전 가수 활동을 했던 유정을 찾았다는 호기심은 뒤로 한채
한차례 웃음만을 터트린채 그렇게 첫만남은 끝이 난다. 유정은 윤수의
사건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 보고, 모니카 수녀의 부재로 윤수와
독대를 해야하는 상황에 이른다. 내키진 않지만 어쨌든 두번째 만남을
갖게 된 윤수와 유정, 막말로 기분 더럽다고 말하는 유정과 반감적인
어투로 그런 유정을 밀어내는 윤수...둘은 서로가 어딘지 닮은 꼴이라는
것을 짐작해서 인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며 그동안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진실된 진짜 이야기를 서로에게 털어 놓기 시작한다. 아무에게도
말할수 없었던 과거의 이야기, 어린시절 고아원에 보내져 어머니를
찾아갔다가 외면받았던 윤수와 동생 은수의 이야기, 결국 지하철에서
앵벌이하다가 얻어맞고 추운 지하철 출입구 한구석에서 노숙자들과 함께
신문지를 덮은 채 잠을 청하던 은수는 세상을 떠난다. 은수가 마지막에
부탁했던 애국가, 그리고 나이키 신발조차 사주지 못한 윤수의 어두운
과거가 흘러나오고 그 진실된 이야기에 유정은 감화되어 간다. 윤수의
이어지는 고백은 그가 사랑하게 된 한 여자, 그 여자가 아이를 갖고
수술비를 마련하다가 중간에 범행에 끌어들인 이의 살인죄까지 덮어 쓴
사실을 유정에게 처음으로 고백한다. 죽고만 싶었다는 윤수의 말에
유정도 마음을 열고 자신이 사촌오빠에게 15살 강간당했다는 어두운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채 어머니에게
오히려 입막음당하며 처신똑바로 하라며 따귀까지 얻어 맞았던
유정의 상처와 공명하듯 흘러나오는 윤수의 눈물, 그리고 그가
그녀에게 죄를 범한듯 미안하다고 했을 때 그녀는 이미 예전의
자살미수자인 문유정이 아니었다. 둘을 진실된 이야기로 새로
태어나며 진정한 서로의 이해자로 거듭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상처와 슬픔을 이해와 포용으로 감싸며 마침내 세상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두 캐릭터의 느낌은 정말 인간적인 감정의 샘을 자극한다.
항상 윤수를 챙겨주는 이주임(강신일)을 비롯한 조랭이를 가르쳐준
같은 사형수 2896(오광록), 자신의 딸을 살해한 그를 <용서>라는
명목으로 따뜻하게 감싸주며 명절마다 찾아오겠다 약속하는 박할머니(김지영)
등 주변 인물들의 따뜻한 마음을 하나하나 느끼며 죽음만을 생각하던
윤수는 생의 의지를 느낀다. 눈을 치우며 눈싸움을 하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으로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는 윤수, 그런 윤수가 볼수 없는 풍경
하나 하나를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사진에 담아 선물로 주는 유정,
그런 유정에게 자신이 만든 십자가 목걸이를 정성을 담아 만들어 선물하는
윤수, 유정은 윤수를 위해 그의 사형수로서의 죄를 감량시키려 노력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줄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녀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쓰러졌던 어머니를 용서하러 달려가 고해하듯 어머니를 용서할수 있는
것밖에 자신이 할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 그 슬픔은 커져만 간다.
2896의 사형집행후 없을 것 같던 사형집행은 그 겨울이 가기전 윤수에게
찾아온다. 아무것도 할수 없는 헤어짐의 시간, 윤수는 애국가를 부르고
자신에게 잘해주었던 사람들, 자신이 죽였던 사람에 관한 미안함을
진심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유정에게 당부하듯 말을 남기며 애국가를
부른채 생을 마감한다. 결국 결말은 사형수 윤수의 사형집행으로
막을 맞이한다. 하지만 윤수가 유정이 선물한 사진속에 멘트없던
케잌을 찍은 사진속 공간에 살포시 적어놓았던 멘트, '목요일 10시
-1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목요일만을 기다리게 되면서 그 안에서
진정한 서로의 이해자가 되면서 서로의 아픈 상처를 치유한채 사랑으로
감싸안았던 진실된 소통의 시간...그것은 나로 하여금 포용이란 용서란
그리고 사랑이란 무엇인지 걸어온 발자국을 따라 되돌아 가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송해성 감독이 원한 것처럼 소설속 인물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로서의 윤수와 유정을 만날수 있었기에 더욱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될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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