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클럽] 반란·전복에 대한 보수적 시각...
괜찮다고 하는 영화를 당시에 보지 못하고 나중에 보게 되면 기대보다는 아닌 경우가 있다. 특히 그 영화가 아주 독특한 반전을 포함하고 있다든가 아니면 그 당시에 봐야 만끾할만한 것들로 치장되어 있는 영화는 더욱 그러하다. 반전 영화 얘기가 나올 때마다 [파이트 클럽]에 대한 칭송의 소리를 익히 들어왔던지라, 시간이 되면 꼭 보리라 마음먹고 있다가 이번에야 보게 됐다.
워낙 그 동안 이 영화의 반전과 관련한 얘기를 많이 듣다보니, 그다지 고난위도의 반전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가 잘났다기보다는 사전에 많은 정보를 제공 받았기 때문이고 이 영화에 대한 영향 때문인지 그 동안 이와 동일한 많은 영화들을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에게는 반전 영화라는 점 보다는 꽤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라는 점이 좀 더 강조되어야 했던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파이트 클럽의 목적 자체가 기층 민중을 중심으로 한 전복, 반란..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에 대한 일탈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회적인 반란이나 전복을 지지하는 것과 [파이트 클럽]을 지지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흔히 보수 내지는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기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란, 전복, 테러의 원인보다는 사람이 죽고, 건물이 무너지는 등의 그 결과에만(!)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동시에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제거하는 게 합리적인 사고겠지만,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원인에 주목한다고 모든 게 정당화되기는 힘들다. 즉, 결과를 주목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 게 바로 [파이트 클럽]의 경우와 같이 그것을 전적으로 개인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든가(후세인이나 오사마 빈 라덴이 없었다면 테러는 없을까?) 또는 그런 개인의 정신병력에 맞추는 경우일 것이다.
물론 거대한 건물이 무너지는 마지막 장면은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불러 오기도 하지만, 정신병에 걸린 철저하고 완벽한 1인과 거의 꼭두각시 수준에 불과한 그 수많은 추종자들에 의해 반란, 전복, 테러라는 행위가 발생한다는 영화의 이야기에는 (물론 이 영화만 그런 건 아니다. 무수히 많은 오락 영화가 이런 식의 원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무게감이 일반 오락영화보다 좀 더 무거워 보인다.) 결코 동의하기 힘들다. 비록 그것이 오클라호마 테러와 같은 백색 테러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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