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몸매의 비애. 이런 영화들이 결국
도달하는 종착점은 ‘외모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에 귀기울여라’이다. 그러나 저스트
프렌드는 그 뻔한 경로를 아주 조금 이탈한다. 크리스가 제이미의 친구로서의 사랑이
아닌 사랑을 얻는 시점은 그가 살을 빼고 성공한 뒤다. 즉, 일련의 영화들처럼, 주인공을
뚱뚱한 상태로 되돌리거나 머물게 하면서 사랑의 결실을 선사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0년 전, 크리스는 인기 많은 제이미를 추종하는 못생기고 수동적인
남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화려했던 제이미는 이제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는 초라한
신세이고, 크리스는 할리우드를 누비는 매력남이 되었다. 영화는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크리스의 구애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관계의 권력이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 중심에는 외모와 부가 있다. 권력이 이동되자 비로소 사랑이
이루어진다. 물론 영화는 제이미가 10년 전 크리스의 진솔한 성격을 잊지 않고 있음을
끊임없이 언급함으로써 이 둘의 사랑에 진정성을 불어넣으려고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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