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과 정지훈이 나오지만 그 전에 이 영화는 '박찬욱'의 영화라는 점, 로멘틱 코메디가 아니라 '일종의 로멘틱 코메디'라는 점을 기억하고 봐야 할 것 같다. 네러티브가 있는 이야기에 익숙한 관객, 그것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당황할 것 같고 나도 조금 그랬지만 곧 익숙해지면 더 즐거워진다. 한마디로,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임수정의 "대단한" 육체적 노력; 과 연기 정지훈의 무난한 연기와 요들송 말 그대로 참신하고 신선한 대사와 장면들이 빛난다. 좋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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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필름2.0기사 중.
After Screening
박찬욱 감독이 손을 대면 사랑 이야기도 달라진다. 이제껏 충무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이하면서도 따스하고 독창적인 판타지 멜로. 1.5 볼트 건전지에서 출력된 전구 빛처럼 은은한, 동화와 같은 사랑이야기를 빚었다. 사랑과 소통이라는 흔해빠진 주제를 어떤 클리셰도 사용하지 않고 무리 없이 전달하는 게 최고 미덕. 박 감독은 이번엔 피비린내 나는 장면에 의존하지 않고 엉뚱한 유머와 재치로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이어간다. 정지훈과 임수정의 연기도 눈 여겨 볼거리. 특히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해낸 임수정은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인물 사이 갈등의 진폭이 적고 정신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단출한 이야기는 약점. 상영시간 105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당초 소품으로 출발한 이야기의 어쩔 수 없는 한계 아닐까. 라제기(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복수 3연작의 늪(?)에서 탈출한 박찬욱이 훨씬 더 밝고 경쾌해졌다. 전작들에서 초점 바깥에 놓였던 '동정심'과 '설레임' '감사하는 마음' 등 인간성의 밝은 측면이 역설적으로 복권된다. 사이코 판타지를 빌어 펼쳐 보이는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이라고나 할까. 그렇다 해도 박찬욱의 색깔은 여전하다. 거침 없이 엉뚱한 유머를 끌어 들이는 그는, 여전히 세상과 인간성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사이에서 배회하는 듯 보인다. 박찬욱의 영화답게 연출 세공도 수준급이다. 일급 스탭들이 참여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음악, 시각 효과들도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HD 기술의 특장점을 살려 낸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주연배우 정지훈은 비교적 무난하게 스크린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임수정은, 만약 영화상 심사위원들이 그에게 여우주연상을 주지 않으면 제 정신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경이로운 연기력을 선보인다. 최광희(FILM2.0 온라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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