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아메리카] 서로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로드무비
이름도 부르기 어려운 펠리시티 허프먼이 연기한(정말 대단한 연기였다. 이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수상했다고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연기였다) 여성이 되고 싶은 여성스런 남성인 '브리'는 성전환 수술 허가를 받고 기쁨을 느끼지만, 레즈비언이었던 오래 전 룸메이트와의 잠깐 실수로 자신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들은 소소한 범죄를 저지르고 잡혀 있었는데, 자신을 보석으로 빼달라고 생부를 찾던 중이었다. '브리'는 그 사실을 숨기고 싶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이 사실을 상담원에게 털어 놓고, 상담원은 아들과 만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성 전환 수술을 할 수 없음을 얘기한다.
생부를 만나는 게 유일한 희망인 아들 '토비'에게 브리는 차마 자신이 생부라는 사실을 털어 놓지 못하고, 아들과 함께 뉴욕에서 LA까지 기나긴 둘 만의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는 둘의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비추면서 소소한 대화 속에 차츰 서로의 진실을 알아나가는 과정을 포근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의 긴장 유지는 두 가지 측면에서 관철된다. 하나는 '브리'가 사실은 남성이라는 비밀이고, 또 하나는 토비의 생부라는 사실이다. 이 두가지 사실이 브리의 고백에 의해 알려지게 될지, 또는 돌발적인 사고를 통해 알려지게 될지 보는 내내 약간의 조바심을 느끼게 했는데, 이는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아주 좋게 느껴지는 긴장이었다. 브리가 유일하게 남성으로서 마음을 여는 것처럼 보인, 아메리카 원주민 캘빈에게 남성이라는 정체를 들키면 어떻하나 하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이 영화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구나 싶다. 어쩌면, 영화가 끝난 이후 브리와 캘빈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국영화 [가족의 탄생]을 떠올렸는데, 두 영화가 모두 새로운 가족 구성에 대한 얘기이고, 그런 무거운 주제를 아주 편안하고 가벼우면서도 따뜻하게 다룬 수작이라는 점에서 일치하는 것 같다.
브리는 토비 양아버지에게 몰래 찾아가 토비의 행방을 알려준다. 양아버지가 토비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브리는 점점 토비에 대한 책임감이 커져가고, 토비는 브리가 자신을 지켜줄 안전한 보호망이라는 의식을 가지게 된다. 영화에서 토비가 보여주는 성적 행동들은 토비의 생존 본능에서 우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토비는 자신을 지켜주고, 자신에게 잘해주는 브리에게 자신이 줄 것이라고는 몸 밖에 없다는 생존 본능에 의거, 접근하지만 브리가 생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상황을 못이긴 나머지 집을 나간다.
브리는 경찰에게 아들 실종신고를 하고, 드디어 자신이 염원하던 성전환 수술을 한다. 브리는 수술 후 오랜만에 (어쩌면 생전 처음으로) 펑펑 울어본다. 완전한 여성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브리 앞에 어느 날 초보 포르노 배우로 일하는 토비가 집으로 찾아와 둘은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시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러나 그 이후에 참 많은 얘기들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의 공백을 남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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