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잡지의 20자평의 양식을 빌리자면 "문근영의 문근영에 의한, 문근영을 위한" 영화 되겠습니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을 정말 원없이 볼 수 있는 영화이지요. 현재 꽤나 인기라고 하는데 역시 문근영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변제3중학교 체육복을 입은 통짜몸매를 가지고도 뭇 사람들의 턱을 빼 놓을 수 있는 전무후무한 캐릭터인 문근영이 있기에 가능하겠죠.
사실, 영화 자체는 뭐 대부분의 캐릭터에 의존하는 그런 영화들과는 다르게 그렇게 못 볼 정도는 아닙니다. 춤도 꽤나 볼만하게 추고 말이죠. (사실 이런 영화에서 정작 춤추는게 어설프면 말짱 꽝인데 말입니다.) 순간순간 웃음짓게 만드는 재미있는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더 자세한 내용을 쓰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클라이막스 부분도 괜찮았다고 생각됩니다. 보편적인 공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을까요? 관객들은 '으례히 이쯤에선 이렇게 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전망과 기대를 벗어나게 하죠.
다만, 뭔가 정리 안되는 곁가지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걸림돌로 남습니다. 단지 "악세사리"로만 남는 댄서 김 커플이나, 중간에 어디갔는지 알 수 없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커플. 라이벌의 무릎을 아작낸 과거가 무색할만큼 신사적인 악역 (악역의 캐릭터성이 없어지잖아!!!!) 그리고 결정적으로 극장 안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입에 웃음을 띄게 하는 (당연히 좋은 뜻이 아닌... 한쪽 입꼬리만 올라가는 그런 웃음 있죠?) 라스트 반딧불 신이라던지.. 뭐랄까 잘 재단된 정원수 여기저기에 잔가지가 아직 달려 있는 느낌이랄까, 잘 요리된 생선요리를 먹고 있는데 가시 정리를 다 안해서 입안에서 씹히는 느낌이랄까, 하여간 그런 느낌입니다. 기획사나 감독이나 문근영을 클로즈업하는데 온 정신을 쏟지 않고 이런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훨씬 더 "잘 만든" 영화가 됐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사족 하나. 이런 역할이라면 꼭 박건형이 아니라도 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