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단순히 SF액션영화인 줄 알았으나, 그것이 아니었다.
2002년 후반, 그러니까 북한이 서서히 '악의 축'으로 낙인이 찍히던 그 시기에 발맞춰 개봉한 영화는
정말 큰 의의가 있었다.
내용은...
조지 오웰의 [1984]와 흡사하다.
[1984]가 빅 브라더라는 통치자가 TV를 통해 모든 주민들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전체주의의 미래사회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면
이퀼리브리엄은 제3차 세계대전 이후에 '총사령관'이라는 자가 역시 주민들의 모든 감정을
통제하고 TV로 감시하는 전체주의를 그린 영화다
이퀼리브리엄.. 이 영화속 사회에는 인권이 아예 없어진 사회다.
그럼 북한은 어떨까?
나는 이 영화와 북한을 이렇게 비교한다.
총사령관 ===> 김일성
사령관 뒤퐁트 ===> 김정일
클레릭 브랜트 ===> 정권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군 수뇌부 장교들
클레릭 집단 ===> 북한의 비밀경찰, 특수부대, 군인 계급
TV를 통한 총사령관의 선동 ===> 북한 언론기관의 통제와 선동
메리 오브라이언 ===> 북한의 인권 탄압에 의해 희생되는 희생자, 일반 북한 주민
지하세계의 비밀 저항 세력들 ===> 국제사회와 우리 눈에는 아직 전혀 보이지 않는 반북한 비밀 투쟁 집단들
(이들은 존재할수도 존재하지 않을수도 있다)
애롤 패트리지 ===> 폐쇠된 북한 사회에서 참된 것을 깨닫는 존재들. 이들은 주로 탈북한 고위 관료들의 모습이다
주인공은 따로 말하지 않겠다. 현실은 그러한 주인공 1인에 의해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를 끝장낼 수가 없으므로..
북한도 어찌보면 영화와 같은 감정통제 사회다.
BBC의 방송에서는 북한의 상황을 '감정이 통제된 사회'라고 전한 바 있다.
김정일과 북한 지도부들의 눈에는 현 북한 주민들이 정말 기계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언론, 사상 ,표현의 자유를 모두 통제받는 사회가 북한이다.
북한은 이퀼리브리엄이나 1984가 그리는 미래 사회보다 더 끔찍한 사회일 수도 있다.
(어찌보면 이 영화 감독은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잘못 그린 건지도 모르겠다)
남한 방송을 보거나 김정일 초상화가 없으면 그냥 즉결 처분된다는 예는 이미 서방 국가들에 의해
수없이 보도되었다.
우리나라는 불행이 언제 닥쳐 올지 몰라 그런 사실에 입 다물고 있지만 영화 평론가들도 이 영화를
매트릭스에 대해 평가하는 식으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의문점이 몇 가지 있다.
북한이 앞으로 몇 십년간 꾸준히 버틴다면 이퀼리브리엄의 사회와 같은 나라가 될까?
북한의 사회가 이퀼리브리엄의 사회처럼 된다면 북한 지도층들이 이득을 보지 않을까?
나는 앞의 두 가지 의문에 대해 "예"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일본, 영국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북한의 인권 탄압은 김정일 집권 이후 그 강도가 점점 거세지고 있고
북한 정권은 인민들을 점점 더 외부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키려 한다는 소식이 있다.
어떤 국가가 이퀼리브리엄과 같은 감정통제 국가가 되려면
1. 완전히 폐쇄적이고 주민들이 외부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야 한다.
2. 독재자는 꾸준히 독재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어야 한다.
3. 우리나라와 미국처럼 정치계에 여러 당이 있는 게 아니라 나치당처럼 단 한 정당이 통치하여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국가다.
미국의 NBA방송을 즐겨 보는 김정일이라면 이 영화나 1984를 접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속으로 이런 감정 통제 사회를 꿈꿀지도 모른다.
왜냐??? 가능하니까. 그리고 자신들의 확고한 정권 유지에 아주 큰 도움이 되니까.
정말 감정 통제 사회가 된다면 북한은 언론을 통해 주민들을 선동할 필요도, 현재같은 외부 압력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런 미래 사회라면 매일마다 그리고 일일히 주민들에게 선동하는 것과 언론은 필요가 없게 된다.
영화에서도 그렇게 힘들게 주민들을 선동하지 않는다.
북한은 자신들에 지켜오던 전통적인 체제가 점점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이라면 북한은 정말
감정 통제 국가를 만들어서라도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해 나가려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쓸데없는 상상이지만. 그냥 내 개인적인 감상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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