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무비] 작정하고 슬프게 보이려고 애쓰긴 하는데
이 영화를 말하자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영화 한 편이 떠오른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개봉 시기도 비슷했고, 초기 포스터의 형식도 비슷했으며, 많은 톱배우들이 우르르 출연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했다.
이상하게 특정 배우가 출연한다고 하면 별로 내키지 않는 영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우성, 차태현도 이런 배우 중 한 명인데, 여기에 손태영까지.(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냥 안 내킬 뿐이다)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인 임수정을 누를 만큼 이 셋이 함께 출연한다는 건 꽤나 관람하기에 부담스러운 조건이었다.
그래서 쭉 안 보다가, 이번에야 비로소 이 영화를 보게 됐다.
<새드무비>는 네 커플을 통해 헤어짐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만의 여정을 담담히 보여준다. 제목부터가 <새드무비>라 영화 전체적으로 암울한 기운이 감돌지는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어두움보다는 밝은 느낌이었다.
특히 수화를 이해하지 못해 매번 엉뚱하게 스스로 해석하고 대답하는 진우와 수은의 대화 장면(근데 왜 이 둘은 필담을 하거나 핸드폰 문자로 대화하지 않았을까)
이별 대행업을 하는 하석과 관련한 에피소드들(이별을 통보 받은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들)
백설공주 인형을 뒤집어쓰고 상규에게 장난치는 수은의 모습 등.
그럼에도 이 영화는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이야기의 중심이 없다. 네 커플의 얘기가 거의 별다른 연관성이 없이 흘러가다보니 마치 네 가지의 얘기가 담겨 있는 옴니버스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다. 반면 <내 생애..>의 경우 그 안의 담긴 많은 사연들이 서로 얽혀 있고 황정민, 엄정화 커플의 얘기가 그 중심을 잡아 주고 있어 안정감이 있었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정우성, 임수정 커플 스토리를 중심으로 삼은 듯 한데, 나머지 스토리와의 연관성 부족과 무게감 부족으로 느낌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비현실적 느낌을 주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슬픔이라는 감정을 더 끌어올리지 못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 '하이라이트가 날아갔다'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던데, 빛이 강한 부분이 하얗게 날아간다는 의미인 것 같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이런 식의 몽환적 화면 연출을 보여주고 있는데, 감독의 의도가 짐작은 가지만, 마치 비현실 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계속 받았다. 마지막 진우가 죽어가는 가운데 남긴 비디오 화면도 솔직히 좀 웃겼다.(너무 비현실적이라)
제목부터 <새드무비>, 슬픔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노라 작정한 것 같은데, 사람들이 TV 드라마보다 병원24시같은 프로그램에서 왜 더 큰 슬픔을 느끼는지를 미처 깨닫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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