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속에서 살아가는 나와 가상공간의 게임공간에서의 나, 어느 것이 진짜
나의 모습일까? 현대에 아이콘 처럼 된 나의 분신인 아바타를 가지고 만난
인연이 의도하지 않았든 의도한 인연이었든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해준다. 최호감독의 본 영화는 제목을 통해 진정한 내가
과연 누구인지 살아가는 의미를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의 온라인게임이라는
가상공간과 현실을 맞물리게 하면서 사랑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2002년도
개봉당시에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던 차에 이런 감성적이면서도 세련된, 그리고
소중한 느낌을 선사해 주는 독특한 멜로영화를 접할수가 없었다. <사생결단>
으로 최고의 배우진과 함께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최호감독의 발자취를
따라가던 중 발견한 이 영화의 느낌은 분명 굉장한 호응을 불러 일으켰으리라
생각되었는데, 월드컵 때문이었는지 그렇게 화제를 몰진 못했던 듯 하다.
영화는 '후아유' 라는 온라인 가상 채팅 3D 게임기획자 지형태(조승우) 와 과거에
국가대표 경력을 가졌으나 나름대로 태극마크를 지키려 무리한 후유증으로 뼈아픈
상처를 안은채 애인과 꿈을 접은채 63씨월드 수족관에서 다이버 생활을 하는
서인주(이나영)가 만들어 가는 네트워크 사랑방정식을 그리고 있다.
형태는 게임 베타테스터중 <별이> 라는 캐릭터의 비방글을 보고 끌림을 느낌과
동시에 베타테스터를 명목으로 취재중 그녀의 성격에 반해 버리고 만다. 그리고
멜로 라는 캐릭터로 인주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둘은 '후아유' 를 통해 끌리게
된다. 하지만 가상공간에서의 멜로에게 끌릴뿐 현실적으로 금전을 밝히며 더티한
형태라는 인물을 인주는 비호감을 가지고 있다. 가상에서의 멜로와 지형태라는
현실의 인물로서 인주를 알아가는 과정이 영화의 흐름을 잡는다. 과거의 상처로
자폐아처럼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은 인주의 인어공주 의상의 쇼를 촬영한
형태는 점점 인주에게 빠져들다가 그녀의 청각장애와 보청기를 끼는 그녀의
아픔을 멜로라는 캐릭터를 통해 알아간다. 인주는 현실의 형태와 멜로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가슴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말투와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 사이에 위치한 해발
3800m 의 항행가능한 최고도의 호수, 티티카카를 선물해준 멜로라는 가상 캐릭터가
자신의 상처와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멜로와 비교하는 인주의 마음을 보면서 형태는 자신의 가상 캐릭터 멜로가 자신과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인주에게 전하지 못한다. 현실의 지형태로서 그녀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마침내 대학로 티티카카 에서 그녀에게 자신이 멜로라고 고백해야 될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인주는 결국 형태와 멜로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에 자신을 알고 마음을
의탁한 사람이 그 투명인간이 형태라는 사실에 혼선을 빗지만 형태의 마음이 전광판을
통해 나오는 후아유 게임광고를 통해 전해지고 둘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넌다.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그렇다. 현대적이고 감성적인 사랑의 느낌은 네트워크적
요소와 함께 신비롭고 아름다운 수족관에서의 인어공주쇼를 보이는 인주라는 캐릭터와
'후아유' 라는 채팅게임의 가상공간, 그리고 세이클럽이라는 온/오프라인모임등을 부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현실과 가상의 벽과 그 현실을 전한다. 그리고 결코 진실했던 가상캐릭터와
현실캐릭터의 벽을 허물게 만드는 '후아유' 의 게임광고속에 담겨진 형태의 마음이
기분좋은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현대적인 사랑은 정말 이런 느낌이 아닐까하는 그런
공감적 요소가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상처를 가졌지만 그 상처를 마음속에 감추어두었던
인주가 별이라는 캐릭터로서 멜로에게 전해주었듯 가상공간에서는 현실속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경계의 벽을 허물었고 그 경계의 벽이 현실과 맞물린 갈등구조가 진실된 마음이
전해지는 구조로 허물어짐에 따라 해피엔딩으로 가는 전개가 마음에 와닿았다.
최호감독의 영화를 볼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감정묘사의 디테일한 부분을 결코 소홀하지
않음을 느낀다.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면서도 그리고 감성적으로 다룰수 있는 영상미와
연출은 단연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참신한 아이디어와 내용이 돋보이는 영화, 오랜만에 좋은
멜로 영화 한편이 나의 마음을 풍성하게 채워준다. 과연 현실의 나도 가상의 나와
벽을 허물고 이런 사랑을 해볼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깊은 밤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형태처럼 인주의 꿈인 티티카카에서 수영하는 느낌을 가상공간으로나마
선물함으로써 상대방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을 전하듯 나도 그 모르는 누군가에게
한번 이런 형태의 사랑을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소중한 감성을 전해준
영화로서 참 오래 기억에 남을 영화 한편을 본 것 같다.
[형태/ ID: 멜로]
투명인간 친구란 말 알아?
만나는 것도, 전화도 안돼.
이 약속을 지켜야 돼.
하지만 언제나 옆에 있어.
그래도 힘이 되는 친구...
누군가에게 투명하게 솔직해 지고 싶은 날,
하고 싶은 말이 터져 나오는 날...투명친구를 찾아.
난 늘 니 곁에 있다.
[인주/ ID: 별이]
다음 파란 불에 건너자.
둘이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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