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911>은 2003년 <볼링 포 콜롬바인>(2002)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후속작이다.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비평계와 박스오피스 양쪽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무어 감독은 특유의 뛰어난 유머와 독특한 고집스러움으로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끊임 없이 문제를 제기한다. 전문가의 증언, 민감한 질문에 답을 찾으려는 그의 외골수 적인 끈질긴 추적 등이 한데 뭉쳐, 이 영화는 오늘날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골치 아픈 문제들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마이클 무어는 911테러와 사우디의 연계성을 무시하고 곧바로 이라크 침공을 선택한 부시 대통령과 그의 측근에 대해 공격적으로 렌즈를 들이댄다.
무어는 치열했던 2000년 대선부터 시작해서 실패한 텍사스 석유재벌에서 미국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부시 대통령의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일련의 역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나서 무어는 대통령 일가와 측근의 가까운 친구들과 사우디 왕가와 빈 라덴 일가 사이의 개인적 우정과 사업적 연계성을 보여주며, 공개되어서는 안 될 대통령의 판도라 상자 뚜껑을 열어 제친다.
무어는 어떻게 빈 라덴 일가가 911테러 직후 광범위한 FBI의 수색 과정 없이 사우디를 벗어 날수 있도록 허가하는 결정으로 이어졌는가를 영화 내내 집요하게 파고 든다. 또한 무어는 세계 최강국이라고 하는 미국 국경이 재정부족 때문에 위험천만하게도 허술하게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무어가 보기에 허술한 국경의 주된 이유는 부시 행정부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준비 하는데 엄청난 재원을 할당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미국 본토에서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고통 받는 가족들의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라크 전선에 파견된 미군들이 직면하는 끔찍한 현실과 환멸감을 대비시킨다. 반면, 이런 끔찍한 현실 앞에서 부시 행정부는 전쟁 승리를 공포하며 참전 군인들의 보너스와 건강보험 공제 삭감을 제안한다. 대통령이 국가를 위한 장렬한 죽음의 영애를 말하는 동안 국군 모집원들은 미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의 고등학생들에게 입대를 종용하고 있다. 기업 경영진들이 이러한 비인간적 비극 앞에서도 ‘이라크 석유와 미국민의 피를 섞어 어떻게 하면 이윤을 창출할까’ 와 경영에 필요한 자금 문제만을 고민하는 장면에서 관객의 분노는 증폭되어만 간다.
무어 감독은 현재 자행되고 있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꿰뚫어 보면서 국회 의원들에게 자신들이 이미 사인한 법안들을 꼼꼼히 검토하도록 촉구하고, 그들의 자녀를 이라크에 보내라고 요구함으로써 정치권의 입에 발린 미사여구의 부조리를 여실히 폭로한다. -------------------------------------------------------------- 이 영화는 911사태로 출발된 이라크 전쟁에 얽힌 추악한 배경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2004년 7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 세계적 화제작이 되었다. 깐느 영화제 대상과 함께. 비록 [화씨 911]이 2003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전작 [볼링 포 컬람바인]과 비교하면 짜임새나 완성도 면에서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아마도 좀 더 명확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직선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여전히 마이클 무어 감독은 천재다. 어려운 주제를 이토록 쉽게 유머를 섞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능력은 정말 대단한 거다.
마이클 무어의 데뷔작인 [로저와 나]를 보고 느꼈던 그 충격!!! 다큐멘터리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명확한 실례를 제시한 영화!!!
특히 최근 개봉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애국주의 편승과 비교해 보면,
마이클 무어 감독의 진정성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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