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7을 보고난 사람들의 반응은 일단 크게 둘로 양극화된다. 아직 영화를 보지못한 사람들이 영화평의 극단적인 양극화에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영화가 바로이 시리즈 7 이란 영화가 아닐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야...이런 영화 정말 괜찮은걸?' 이라고 반응하는 부류와 그 사람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정말 기분 언짢고 헷갈리는 영환데 뭔 소리지?'라는 부류로 나뉘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일 듯 싶다.
시리즈 7은 영화를 보면서도 내가 하나의 황당한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예고편이며, 자막의 사용, 그리고 몰래카메라류의 카메라 워킹... 이 모든것들 하나하나가 일일히 세밀하게 계획된 감독의 큐 사인에서 나왔다는 사실 자체도 놀라운영화다. 아마 다큐멘타리나 TV 방송과 관계된 직종을 꿈꾸는 청년층에겐 굉장히 교과서적일정도의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듯 하나의 잘 짜여진 TV 하이라이트 같은 이 영화도 실제로는 상당히 정교한 드라마 플롯과 장치들을 숨긴채 관객들을 찾아간다. 시리즈 7 은 영화의 모든 장치들이 극과 극의 대비적인 효과를 노린다. 성스런 신앙과 추악한 죄의식, 삶의 욕구와 죽음의 충동, 연약한 남성과 강인한 여성... 하나같이 정반대의 개념들이 모여 하나의 드라마를 꾸며내는 영화...그렇지만 그러한 정반의 개념들이 복잡하게 얽힌 정반합의 구성 방식까지... 많은 영화 매니아들에겐 오랜만에 맛보는 즐거운 영화관람의 기회를 시리즈 7은 제공한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상당히 즐거웠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난 후 무척이나 나 자신에 대해 혐오감을 느꼈다. 왜냐구? 내가 즐거웠던 이유는 영화 속의 인물들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과정에서의 대리만족에서 느낀 것이었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난 내 자신이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시리즈 7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폭력성과 잔인성을 즐기는 대리만족의 바탕아래 제작된 영화다. 음모론 환자 할아버지의 쇠막대기에 맞아 피를 철철 흘리는 한 소녀의 모습에서 '그렇게 맞지만 말고 총을 들어 저 할아버지를 쏴버려~!' 라고 외치는 그러한 관객들. 그러한 관객들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모습임을 깨닫는 순간 영화는 단순한 게임의 차원을 넘어 자신을 돌이켜 보게 하는 장치로 탈바꿈한다.
혹자는 시리즈 7을 보고 나서 잘만든 하나의 다큐멘타리 영화를 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시리즈 7의 연기자나 카메라가 실제 상황처럼 보이게 촬영하고 연기했다는 말일 것이다. 등장인물들 모두다 연기가 아닌 우리 주변의 실제 인물들이 바로 저런 처절하고 잔인한 게임에 참여하고 있고, 난 그것을 대형 TV 화면을 통해 팝콥과 콜라를 마시면서 즐기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만큼 화면편집과 카메라 워킹, 연기자의 연기가 너무나 리얼하다. 바로 이런 점 하나만 가지고도 시리즈 7의 제작 의도는 충분히 성공했다고 보여진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영화가 굳이 좋은 영화라면 시리즈 7은 분명 좋은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시리즈 7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영화의 섹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오랜만에 맛보는 영화보기란 즐거움을 충분히 느끼게 해줄 만한 좋은 영화임에도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