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시다시피 영화정보가 여기저기 넘쳐나고 있지만,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 사전 정보 없이 극장에 갔습니
다. 그리고 미리 받은 리플렛이나 영화가 시작될 때,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단
시작 된 영화는 사실 그리 편한 마음으로 보기 힘들었습니다.
아마 영화가 주는 긴장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실제로는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표현 때문이라는 게 더 적
절한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미치광이들이 나오는 슬래셔 무비를 보면, 사지 절단은 물론 피가 난자하는 자
극적인 화면은 물론 청각을 자극하는 사운드 효과까지 사용했던 영화들을 어느 정도 봤지만 이 영화는 약간 다르
더군요.
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각색을 했기 때문에 영화 속에 표현됐던 장면들은 사실 진실이 아니죠.
그러나 영화 시작과 함께 보여진 자막 덕분에 관객들은 이 내용이 진실이라고 은연 중 믿게 되는 데요. 실화를 바
탕으로 만들었다는 여느 영화보다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아마 감독이 그만큼 영화를 잘 만들었다는 것이 되겠
죠.
그럼에도 영화적 재미는 별로 없었다는 느낌입니다. 사실이라고는 해도 어차피 각색을 했다면, 영화적 재미를 위
한 장치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죠.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으로 가장 상업적 장르인 호러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아무래도 그다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울프 크릭>은 영화 자체로는 잘 찍은 것 같이 보입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거의 40분 동안 아무런 사
건이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은연 중 예시하는 여러 장치들을 교묘하게 잘 숨겨 놓은 덕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들이 영화적인 재미를 없애는 데 한 몫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영화 안에서는 치열
한 두뇌 싸움도 없고, 그저 불쌍한 여행객들을 상대로 벌이는 '잔혹'만 강조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자 여행객을 고문하는 장면에서는 남자인 제가 봐도 상당히 불편하더군요. 솔직히 나갈까 말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시사회에 당첨되서 공짜로 본 영화지만, 호러 장르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보
라고 권할 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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