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 이 영화는 비디오용이었다. 다시말해 보고싶긴 한데 비싼 돈 주고 영화관에서 보기엔 좀 아까운 면이 많은 그런 정도의 영화.
친구와 타짜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갔는데, 계속되는 매진 행열에 타짜 표를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였고; 결국 찜찜한 마음을 안고 라디오스타를 보게 되었다.
유치하고 촌스럽고 게으르고 건방지기 짝이 없는 88년도 가수왕 최곤. 최곤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마다하지 않고 최곤의 X구멍이라도 닦아줄 수 있을 것 같은 헌신적인 매니저 박민수.
거기에 삐돌이 국장과 어리버리 기사, 성깔있는 터프걸 강PD.. 라디오스타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영월의 락밴드 노브레인까지..
한 영화에 주인공 혹은 주연이 될 만큼의 독특한 캐릭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지만, 이 평범하기 짝이없는 인물들이 모여 엄청난 Force를 발휘한다.
라디오 생방송 중 들려주었던, 철모르고 집 나간 김양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고백. 고스톱 규칙을 가지고 알콩달콩 싸우는 동네 할머니들. 딱히 할일이 없어 전화를 했다가 백수 신세를 면하게 된 한 남자. 그리고 집나간 아버지를 찾는 국밥집 아들의 안타까운 사연. 마지막으로 버스 안에서 최곤의 방송을 들으며 김밥을 질겅질겅 씹어 먹는 박민수의 엄청난 연기 내공.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 영화. 비록 시작은 비디오용이었지만, 지금 나에게 있어 올해 best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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