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범접할 수 없는 두 남녀의 이야기. 송해성 감독은 <파이란>에서도 같은 방법을 썼다. 두 영화는 닮은 듯 다르다. 정상궤도에서 한발짝 비껴 난 듯 한 두 인물이나 죽음이란 동일한 코드도 있으나 과거의 회상과 이야기 진행 방식은 전혀 다르다.
영화를 보기 전이라도 누구나 강동원이 죽을 것이라는 것은 알 수가 있다. 하지만 강동원이 왜 죽느냐 그리고 언제 죽느냐에 대한 이야기는 허술하다.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를 위해 개연성이 없는 이야기로 뭉쳐 있고 크게 비중없는 조연의 사형선고와 똑같은 방식으로 강동원의 죽음을 알린다. 그리고 처음부터 이미 감정을 극대화 시킨지라 몰입은 쉬웠으나 물흐르듯 연결된 것이 아닌 토막토막 죽음을 위한 죽음을 맞이한다. 어차피 알고 보는 것이라도 한참 즐거울 때 불연듯 암시도 없이 엔딩을 맞이하는 나로써는 감정의 정리가 쉽지 않았다. 물론 엔딩 10분의 절박한 순간은 한없이 슬프다. 슬플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과정인데 과연 둘 사이의 교감을 통한 무엇을 보여줘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두 배우의 연기력을 논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여우주연상 수상의 이나영의 제 3세계스런 연기는 다시 봐도 일품이었다. 하지만 강동원의 연기는 진지한 듯 어색하고 녹아들 것처럼 하지만 가루처럼 부스러졌다. 보는내내 찝찝했던 것은 분명 두 사람의 이야기가 주되고 나머지 인물들의 이야기는 일개 안주거리의 양념 정도에 불과한데 그 막중한 역할에서 제법 큰 상실감의 무게는 영화를 조금은 다운시켰다.
하지만 뼈대 있는 대사와 무엇보다 극도의 컷을 절약한데도 프레임마다 뛰어난 구도를 잡은 영상만큼은 어느 영화 못지 않았다. 2분 정도 길이의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고 마주보는 상황에서 화자와 청자의 명암 대조 등은 상황의 느낌을 극대화 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