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댄서들이 해외무대에서 각광받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위상변화를 보이고 있다. 가수 뒤에서 무대 보조나 하는 뺵깔이로 비하되는 것조차 용납되던 과거에 비하면 꽤나 위상이 높아졌다. 익스프레션같은 비보이댄싱팀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까지 했으니 국내 춤꾼들의 실력이 어느정도 대접을 받고 있는가는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다.
발레와 비보잉의 만남. 마치 기품있는 집안의 아가씨와 뒷골목의 막자란 철부지가 맞닥뜨리는 것과 같은 느낌은 단순히 춤에 대한 느낌만이 아닌 그 춤을 행위하는 자들에 대한 선입견에서 비롯되는 것일수도 있다. 이 영화 역시 그런 선입견을 인정하는 듯 하다. 미래에 대한 꿈이 희박한 스트리트 댄서 테일러(채닝 타텀 역)와 예술학교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는 노라(젠나 드완 역)의 만남부터가 말이다.
사실 이 영화는 그리 새로울 것 없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다만 그 평범함을 가리는 것은 화려한 춤의 향연이다. 거친 뒷골목의 청년들이 펼치는 다운타운적 일상은 마치 에미넴의 '8마일'을 닮았고 남녀 댄서의 밀고당기는 애정스토리는 '더티 댄싱'을 연상케도 하며 춤에 인생을 건 청춘스토리의 페르소나는 '페임'과도 맞닿는다.
쉽게 말하자면 이영화는 이야기의 구조나 감정적 곡선에서 다른 동류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그리 신선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롭지 않다는 것이 식상함으로 대변되는 것만은 아니다. 예상이 되는 것이라서 지겨운 것도 있지만 예상되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램이 깃드는 이야기도 있다.
일단 꿈이 없는 청춘이 자신의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와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이별. 그리고 성취. 이런 맥락의 플롯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이 영화는 말 그대로 긍정적인 즐거움을 지닌다. 더욱이 음악과 더불어진 춤의 향연. 클럽가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플로어 댄스나 무대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관객에게 흥겨움을 던져주는 화려한 몸동작은 그 평범한 이야기를 서포트하는 지원군이자 이 영화의 묘미이다.
춤이라는 악세사리로 멋을 낸 청춘 영화는 전작들의 클리셰를 답습하지만 그 답습의 결과물은 청춘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생기있는 희망에 대한 송가와 패기넘치는 에너지의 향연이다. 그리고 그 송가와 향연의 즐거움이 새롭지 못한 이야기를 즐길만한 무난함으로 승화시킨다.
흥겨운 비트와 리드미컬한 댄스가 어우러지는 청춘무비라는 이름안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는 영화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면 이 영화는 무료하지 않은 즐거움을 제공해줄 것 같다. 적어도 영화는 젊음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에너지와 그나이에 걸맞는 고민스러운 취향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것없음의 단점보다도 부담없이 즐길만한 장점이 답습의 효과로 느껴진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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