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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귀신이 온다>할말을 잃게 만든.. 귀신이 온다
killdr 2001-10-18 오후 9:52:05 987   [4]
  내가 처음 봤던, 아니 기억하는 흑백영화는 아주 오래전에 TV에서 해주었던 <애수>라는 영화였다. 그때 내가 몇살이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지만, 흑백영화의 매력이 나를 완전히 빠져들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영화를 TV에서 본후 봤던 영화들의 제목을 떠올려보면 <티파니에서 아침을> <로마의 휴일>등이 머리속을 지나간다. 그런 고전 영화말고 기억에 남는 흑백 영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쉰들러 리스트>다. 또, 내가 본 영화중에 아주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난, 오늘 또 영화 한편을 보았다. 그것도 흑백으로. 중국에서 날라온 흑백영화 한편. [귀신이 온다] 중국에서 날라온 흑백영화. 어쩐지 중국 영화라고 하면 "붉은 수수밭"등 작품성 혹은 문제작들이 모두 흑백영화같은 느낌으로 남아있는 내게, 또다른 흑백영화 [귀신이 온다]는 그렇게 기대하는 것도없고, 또 그런 비슷한 색깔의 작품이겠거니 하는 선입견이 강했다. 거기에 감독은 중국에서 7년이나 활동정지를 당한 영화이고 보면.

  그렇게 선입견을 가지고 본 흑백영화 귀신이 온다는 나만의 영화 목록에 또다시 올라갈 영화가 되어버렸다. 삶의 해학적이며 질펀하고 모순된 모습. 그 단어 "해학, 질펀, 모순"이란 말 만큼 이 영화에 어울리는 단어가 또 있을까?

  간단한게 영화 팜플렛에 나와있는 정도로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어느날 이웃집 과부와 정사를 벌이고 있는 마다산(지앙 웬-감독겸 주연)에게 얼굴도 모르는 총든 "나"가 와서 맡길것이 있다며 자루 두개를 주고 잘 간직하라고 한다. 신년 전날 다시 찾아가겠다고. 총때문에 얼떨결에 받은 자루안에는 중국인 일본어 통역관 동한천과 일본군 하나야가 묶여있었다. 공포에 질린 마다산은 마을 사람들과 상의해 이들을 보살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나"는 오질 않고 어느덧 시간은 6월이 다 되어간다.

  그런 상황속에서 감시자 농부들과 포로들 사이에서의 인각적 교감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뒤의 이야기는 이 영화의 결말이므로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 결말이 결코 행복하거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잡혀있는 포로를 죽이지 못했던 농부들의 순박하기만 했던 심성은 어느새 전쟁과 살인, 그리고 지인들의 비참한 죽음속에서 버려지고 만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극적 반전이라 이야기되고 있는 마지막 30분간의 그 장면이 궁금해서 나는 이 영화 초반의 "해학"을 완전히 즐기지 못했다. 어딘선가 본듯한 과장된 상황속에서의 어리숙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웃음. 그것은 일본 영화 "으라차차 스모부"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등에서 봤던 비슷한 상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포로로 잡힌 중국인 통역이 살기위해 엉터리로 번역하는 모습등, 이 영화의 초반부에 보여지는 웃음은 이미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영화등에서 한번쯤은 보았음직한 어떻게 보면 진부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장점은 그런 진부함에 안주하지 않았다.

  흑백화면은, 이미 알고 있듯 검은색과 흰색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가운데는 다양한 톤의 회색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여러 톤의 회색이 보여지는 화면은 어둡고 무거우며 왠지 사람을 긴장시키는 힘을 가졌다 (물론 컬러에 익숙해졌기에). 그 흑백의 무거움을 이 영화는 외면하지 않았다. [귀신이 온다]의 흑백 화면은 전쟁중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욱 비참하게 표현해 내는데 가장 알맞은 도구였다. 현실보다 더 비참하고, 현실보다 더 과장된 모습.
  철모르는 아이들은, 마을을 행진하는 일본군에게 손을 내밀어 사탕을 구걸하고, 그 모습은 우리의 50년전 모습과 크게 다를바 없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처럼 우리를 원조해주던 미군에게서가 아니라 자신들을 점령한 일본군에게 손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중국인에게 더 비굴할 수 있는게 있을까?
  그러나, 그네들의 그런 비참함속에서도 나오는 웃음, 사람의 목숨을 앞에 두고 벌어지는 영화적 과장에 의해 생기는 웃음만큼 뒤끝이 씁쓸한 웃음이 또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웃음, 삶의 질펀함이 묻어나오는 웃음이 있어 [귀신이 온다]는 사람의 가슴에 더 오래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진부한 웃음의 장치를 해놓고는 어느새 웃음속의 깊은 슬픔으로 들어가게 만들어 버리는 것. 그렇게 감독은 점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풀어나가는 감독의 이야기는 두가지로 압축된다. [귀신]과 [아홉번 구르고 세번 깜빡이고 살짝 미소짓다]이다

  그럼 이 영화에서 말하는 귀신은 무엇인가? 영화속 등장인물이 귀신이라고 지칭하는 대상은 딱 한번 나온다. 그것은 "일본군"을 말한다. 이 영화는 일본군이 패전해 일왕이 항복문서를 발표하기 직전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오히려 중국인들이 말하던 귀신 일본군은 오는것이 아니라 가는 존재여야만 했다. 그러나 결말을 보면 안다. 이 영화가 왜 귀신은 안나오는데 귀신이 온다로 제목을 정했는지.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핵심은 [아홉번 구르고 세번 깜빡이고 살짝 미소짓다]에 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죽을 정도로 고통없이 참수당할때 이런 현상이 생긴다고 한다. 이 말은 참수를 잘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노인이 자신의 자랑을 할때 하던 말이었다.
  우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 장면을 본다. 그 장면의 처참함을 떠나, 흑백화면속에 목이 아홉번을 구르고 세번 깜빡이고 살짝 미소짓는 그 인물과, 그 인물의 목을 베는 사람의 관계에서 관객들은 전율을 느낀다. 그 전율이 주는 삶이 주는 아이러니와, 아니 아이러니한 삶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리고 그 운명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할말을 잃고 나온다.

  이 영화에서도 빨간색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쉰들러 리스트의 빨간 드레스를 입은 소녀의 모습처럼, 그 빨간색이 주는 강렬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말로 설명하면 다 본것 갖지만, 이야기하지 못한 그네들의 살아가는 모습에서의 모순과 어느것하나 사소하게 지나치지 못하게 만드는 많은 상징물들, 직접 확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2000년 칸느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이라는 "영화제 수상작"의 재미없을 것이라는 선입견만 없다면 충분히 재미도있고 깊이도 있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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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온다(2000, Devils on the Door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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