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처음부터 이 영화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못했다.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안성기,박중훈 두 배우가 주연이라기에 재미와는 관계가 없지 않을까 .. 하는 편견부터 들었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는 무척 흡족했었지만, 처음 영화를 접했을때도 음란서생으로 착각하고 극장에 갔던지라 왜 한석규 안나와?? 라며 뜬금없는 소리 하면서 영화를 봤다. 그후, 영화가 눈에 자꾸 아른거려 결국 3번을 보고 말았다. 그런 이준익 감독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여기저기 영화정보를 뒤져보니.. 대부분 영화가 괜찮았다는 식에 내용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호기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극장에 들어서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큰 기대는 되지 않더라. 한동안 영화를 띄엄띄엄 보다가 최근 무언가에 홀린듯 허겁지겁 폭식을 했는데, 천만 관객돌파를 겁없이 해대는 영화들도 그렇고, 천만돌파는 아니더라도 그와 상응한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들도 그렇고,,, 무언가 짤려나간듯한 아쉬움에, 무언가 빠진듯한 허전함에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자막이 다 올라갈때까지 더 있을것 같은 그 무엇을 기다려보았지만,, 정말 그게 끝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건가, 내가 매사에 온갖것들에 대해 심드렁해 하는 편이였던가.. 되돌아보기까지 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라디오스타도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이 부족한듯한 느낌에 대해 영화적으로는 100% 다 채워주지 못했다. 다만,메멘토 같던 내 기억력을 되살려준 공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잊혀져가는 가수와 잊혀져가는 라디오!!
나도 10대에는 좋아하는 가수에 열광하고 하루도 라디오를 듣지 않고는 살수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라디오를 켜기도 하고, 좋아하는 라디오의 한 코너를 듣기 위해 집에 시간맞춰 들어간 기억도 난다. 라디오 공개방송이나 잼콘서트,캠프 파이어에 끼고 싶어 엽서도 수없이 보내고 전화연결을 장난삼아 해봤다가 정말 연결이 되어 놀라서 끊은적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게스트로 나올때나 잼콘서트때는 녹음도 해놓고 심심할때 마다 다시 듣기를 반복하며 테잎이 늘어날까봐 그걸 재녹음 하던 기억도 난다. 한번은 친구와 친하게 지내던 문구점 언니의 장소협찬으로 문구점 뒷편 작은 방에서 내가 라디오DJ를 하고 친구가 게스트를 하기로 대본까지 짜 녹음을 했는데 진짜도 아닌 그 가짜놀이에도 너무 떨려 결국 녹음을 제대로 못했던 기억도 있다. 이렇게 나는 10대는 물론이거니와, 20대초반까지 라디오에 열광하고 지냈었는데.
언제부터였을까......... 라디오뿐만 아니라, 음악이 없으면 하루도 못살것 같이 굴던 나도 언제부턴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음악을 멀리하게 되더라.라디오는 더 오래된것 같다. 그리고, 가끔씩 잊혀졌던 가수들이 새 음반을 내거나, 토크쇼에 나와도 어린시절만큼 기뻐하지 않고 담담하게 되었다. 아직도 우리 부모님은 나훈아,남진,이미자에 열광하는데 말이다. 어쨌든, 라디오스타 덕분에 잊고 있던 그때 그시절이 영화보는 내내 머릿속에 자꾸 오버랩 되어 좀 힘이 들었다.
영화는 라디오라는 매체보다 가수 최곤과 매니져 박민수.. 두 사람에게 촛점을 맞췄다지만 나에게는 그냥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영화이기에 공감이 가고 설득력이 느껴졌다. 냉정하게 영화 그 자체로 감독의 연출력이나 배우들의 연기력 뭐 이런것들을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자면 만족할수 있는 영화가 얼마나 될까 타협하게 되더라. 박중훈의 미흡한 연기, 안성기의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이런거 다 잊을란다.하하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더라, 그냥 잊고 있던 라디오나, 예전에 좋아했었던 가수들에 대한 기억, 가장 좋아하던 락음악 이런것들을 떠올리다보니 나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라디오스타를 추천하게 된다. 꼭 봐라~~ 완전하게 나에 대한 추억이라는 이름의 기억력을 상실하기 싫다면......
라디오스타,,,,, 다시 보고 싶다. 또 무언가가 스멀스멀 떠오를지도 모를테니까.. 그러고 나서도 또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진다면..... 그땐 정말 영화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차근차근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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