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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온다] 귀신은 없다. 다만 귀신이 온다는 믿음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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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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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s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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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7 오후 10:0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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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세상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귀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귀신이 없다고 믿는 사람, 그리고 그런 것 자체에 대해 관심없는 사람. 아주 단순한 나열이지만 이것은 "귀신"의 존재에 대한 해명 따위가 아닌 자신의 신념이다.
갑자기 왜 귀신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쓰냐면 이것이 이 영화를 보는 코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화를 보는 내내 귀신이 무엇인가 대한 생각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이 귀신 영화인가? 대답은 허망스럽게도 No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귀신이 있는가 없는가에 집착을 하는가? 이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귀신이라는 것은 "죽음" 결부되어 생각되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이라는 것이라는 것은 죽은 후에 귀신으로 남게 지는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고, 영화는 이것에 대한 해명을 해 주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서 오늘 본 [귀신이 온다]는 나로 하여금 아주 재미있는 결론을 내리게 하였다. 귀신은 없다. 다만 그 귀신이 온다는 믿음만 있게할 뿐이다.
시사회를 먼저 봤다고 해서 내용을 다 까발리면 "출발 비됴 여행"이나 기타 등등의 영화 소개 프로와 별 차이가 없어 내용에 대한 논의는 잠시 접어두고, 일단 이 영화가 나의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논쟁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 논하고 싶다.
[귀신이 온다]에서 마치 [소름]에서 귀신이 등장하지 않듯이 귀신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내용 자체도 조금은 당혹스럽게 한다. 그런데 왜 제목이 [귀신이 온다]인가?
그것은 우선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 일본이 대동아 공영권을 부르짖으며 한반도와 중국을 쳐들어갔을 때 중국인들은 일본 군인을 보고 귀자(鬼子)라 불렀다고 한다. 그리하여 영화의 배경과 결부시켜 보면 귀신은 일본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하지만 내 생각엔 그렇지 않다. 거기서의 귀신은 바로 다름 아닌 죽음에 대해 시시각각 다가오는 공포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가 조장을 했건, 개인의 환상이건 그것은 누구나 죽음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겪게되는 자신의 생에 대한 반추이자, 죽은 후에 대한 불안감이다. 그렇기에 [귀신이 온다]라는 제목은 죽음이 엄습해 온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리라 본다.
그렇게 해석을 해 본다면 이 영화는 그럴듯하게 맞아 들어 간다. 인질로 잡힌 두 사람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낀 것이나 마을 사람들이 모두 알지 못하는 "나"에게 느끼는 죽음의 공포는 모두 귀신의 의미이다. 인질을 석방하고 일본군에게 곡식을 얻어 오고, 마을에서 잔치가 벌어지는 것은 죽음의 공포가 사라진 후의 행복감이다. 마치 목이 줄려 죽을 때 처음에는 죽음과 육체의 고통 때문에 발버둥치다가 결국 혈액순환과 산소의 순환이 안되 뇌가 환상을 만들어 환각의 세계에 빠져드는 듯한 죽음 전의 카타르시스이다. 그리고는 아주 조용하게 죽는다.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러한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마지막 장면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보신 분이라면 어느정도 이러한 문맥적 의미를 이해하시리라 본다.
결국 이 영화에서 [귀신이 온다]는 것은 죽음에 다가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죽음에 직면해서의 극대화된 공포, 그리고 그것의 해소... 영화는 죽은 후의 세계를 논하지 않는다. 죽음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귀신이 오기만 했지 그 출발점도, 목적점도 없다. 그저 귀신이 다가오기만 할 뿐이었다.
영화 시사회가 종료하고 난 다음 죽음은 이러한 과정으로 다가오는데 요즘 한국 영화에서의 죽음은 어떤가 생각해 보았다. 과연 회칼로 배를 가를때 이런 죽음의 과정을 생각해 볼까? 그리고 그저 그 영화에서는 몇 백명이 죽어간다 하는 그 몇 백명 안에 편입하는 죽음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아무리 작은 개인일지라도 설사 조폭 영화의 엑스트라라도 그의 죽음은 개인에게는 가장 커다란 과정이고, 이는 조폭 영화에서 시시하게 다뤄지는 스쳐지나가는 한 인간의 죽음과는 다르다. 그런 의미로 이 영화는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한 접근을 하고 있다.
ps. 물론 전쟁 영화도 그렇고, 재난 영화도 많은 인명이 무기명 속에 죽어 가지만, 굳이 조폭 영화를 언급한 것은 지금 영화판 때문이다. 그리고 적어도 전쟁 영화나 재난 영화는 그 죽음이 가지는 의미가 있지만 조폭 영화에서의 죽음은 쌈박질하다 죽은 것 외에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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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온다(2000, Devils on the Doorstep)
배급사 : 튜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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